국제 국제일반

너무 완벽한 이스라엘 아이언 돔… 되레 중동평화 위협?

로켓 수백발 공격 받고도 인명피해 '0'

팔레스타인은 민간인 사상 갈수록 늘어

국제 여론, 일방적 공세·철벽 방어 비난

이 내부서도 "출구전략 세워야" 회의론


이스라엘의 미사일·로켓 방어 시스템인 '아이언 돔(Iron Dom)'이 팔레스타인과의 분쟁에서 완벽한 요격능력을 떨치고 있으나 정작 이스라엘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공격과 방어 수단을 고루 갖춘 이스라엘이 힘이 약한 팔레스타인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며 민간인을 살상하고 있다는 국제 여론을 의식해서다.

미국 애틀랜다저널 인터넷판은 14일 "지난 2001년 이후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가 발사한 수천 발의 로켓 때문에 60명 사망자를 냈던 이스라엘이 최근 일주일간의 가자 분쟁에서는 200발 이상의 로켓 공격을 받고도 인명피해를 전혀 입지 않았다"며 그 비결은 "아이언 돔의 완벽한 방어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의 경제 에디터 피터 코이는 11일(현지시간)자 현지 르포를 통해 "아이언 돔의 활약으로 이스라엘 현지 거리가 전쟁 중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평온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예루살렘을 방문 중인 그는 "로켓 공격을 알리는 경보 소리가 울린 뒤 아이언 돔이 발사돼 손쉽게 로켓 공격을 막아냈다"며 "예전이라면 예루살렘을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온 나라를 얼어붙게 만들었을 하마스의 로켓 공격에도 이스라엘의 식당이며 술집, 지중해 해변은 여전히 붐비고 있다"고 전했다.


아이언 돔의 완벽한 방어에도 이스라엘 정부는 궁지에 몰리고 있다. 이스라엘 청소년 3명을 살해한 혐의를 둘러싸고 분쟁이 시작된 이래 이스라엘의 인명피해는 한 명도 없었던 반면 팔레스타인 측에서 사망자 165명, 부상자 1,085명이라는 인명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민간인들의 희생이 커지며 국제 여론은 분쟁의 단초를 제공한 하마스의 테러에 대한 비판보다는 이스라엘의 일방적 공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나비 필레이 유엔난민기구(UNHCR) 최고대표는 "팔레스타인 민간인 거주지역에 대한 공습으로 어린이를 포함한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됐다는 심각한 보고가 접수되고 있다"면서 이스라엘은 민간인 살상을 금한 국제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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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내부에서도 아이언 돔에 대한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의 유력 진보일간지 하레츠뉴스 인터넷판은 14일 '아이언 돔을 지닌 이스라엘과 누가 평화협상을 하겠나'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아이언 돔 덕분에 이스라엘은 이번 분쟁에서 승리를 선언할 수 있겠지만 갈등과 분쟁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며 "아랍인 살해가 목적이 아니라면 현명한 출구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온라인 경제매체인 피스칼타임스는 14일 "아이언 돔 때문에 가자지구 분쟁이 더 길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아이언 돔의 전술적인 성공이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 7개 포대(곧 8개로 늘어날 예정) 관제사들은 녹초 상태로 평균 나이 19~23세에 불과한 관제사들의 판단력에 이스라엘의 안전이 달려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내 방산업체의 한 관계자는 아이언 돔의 성능 자체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아이언 돔의 가격 자체가 워낙 비싸다. 10억달러가 넘는 개발비가 들었고 포대당 5,500만달러, 요격 미사일 한 발당 2만~10만달러의 비용이 들어간다. 아이언 돔이 잡는 하마스의 '까삼 로켓'은 한 발당 70만원에 불과하다. 또 북한이 14일 동해에서 방사포를 수백 발 발사한 것처럼 보다 많은 로켓을 동시에 쏠 경우 요격률이 현저하게 떨어질 수 있다는 것도 문제다.

아이언 돔은 항공기와 미사일은 물론 로켓탄과 폭탄을 요격하는 방어 시스템으로 이스라엘이 미국의 지원으로 개발해 싱가포르가 도입을 검토 중이다. 북한의 대규모 방사포 공격에 노출된 한국도 무인기 사건을 전후해 도입을 검토했으나 가격 대비 성능을 장담할 수 없고 새로운 무기체계나 전자 기만전에 취약할 수 있다는 이유로 보류됐다.

한편 수일째 계속된 공습에 맞서 이스라엘 영토를 겨냥한 로켓포가 레바논·시리아로부터 날아드는 등 이번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이 주변국으로 확산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14일 AFP통신 등에 따르면 11일 이후 수일째 레바논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포가 발사됐고 시리아 쪽에서도 13일 이스라엘이 점령·관리 중인 골란고원 쪽으로 로켓포가 발사돼 이스라엘군이 발사지점을 향해 곧바로 대응포격을 가했다. 레바논에 주둔 중인 무장단체 하마스 측은 이번 공격과 자신들이 무관하다고 밝혔지만 이스라엘은 인접국에서의 로켓포 공격을 팔레스타인 연계 단체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

8일부터 공습을 가하고 있는 이스라엘군은 13일 새벽 처음으로 지상군을 투입한 데 이어 추가공격 예고와 함께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대피하라고 경고했다. 이를 놓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심리전에 불과하다"고 일축했지만 가자지구 주민 1만7,000명은 피난길에 올랐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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