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급한 중산·서민층 지원과 수해복구 지원예산이 포함된 추경안을 비롯, 국회에 계류중인 각종 민생·규제개혁 법안 처리가 늦어지고있기 때문이다.추경안 등을 처리하기 위해 소집된 제206회 임시국회 회기를 불과 이틀앞둔 11일 여야는 김종필 총리 해임건의안과 야당 계좌추적 문제 등을 둘러싼 여야간 대립으로 파행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야는 특히 10일에 이어 이날에도 총무회담을 통해 이번 회기내 추경안을 통과시킨다는데 합의했다.
그러나 金총리 해임건의안 처리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국회에 계류중인 소득세법 개정안 등 각종 개혁·민생법안의 회기내 처리여부가 불투명하다.
특히 일부 민생·개혁법안의 경우 여야간 입장차이는 물론 의원 개개인의 이해관계까지 맞물려 소관 상임위 심의가 지연되거나 내용이 변질됐는가 하면 법안관련 이해당사자들의 로비로 심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각종 법안과 안건은 모두 426건이며, 이중 민생안정과 규제개혁을 위해 시급한 것으로 분류되는 법안은 대략 37건 정도다.
이들 개혁·민생법안은 새천년에 맞춰 국가경쟁력 강화에 필수적인 사회적 기반여건 조성을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또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아래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소외계층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복지시책 시행을 취지로 하고 있어 처리가 불가피한 법안들이다. 그러나 이날 현재 해당상임위나 법사위를 통과한 법안은 소득세법 개정안, 국민연금법 개정안 등 20건에 불과하다.
먼저 재경위에는 최근 국회통과과정에서 핵심내용 변질로 재제출된 증권거래법, 상호신용금고법, 공인회계사법, 관세사법, 세무사법 등 각종 규제개혁 관련법안들이 소위나 전체회의에서 대기하고 있다. 법사위에도 내부고발자 보호와 돈세탁방지 등 현행 공직자 윤리법 등의 미비점을 보완하는 부패방지기본법 등 10여건의 주요법안이 묶여 있다.
농림해양수산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농협, 축협, 인삼협을 농협으로 단일화해 구조조정한다는 「농업인협동조합법」은 농민은 물론 축협인들의 쉴새없는 로비와 항의 시위로 상임위 전체회의 심의는 고사하고 법안 심사소위에서 원점만 맴돌고 있다. 특히 복수의 변호사 단체를 허용하고 비위 변호사에 대한 징계권을 국가로 귀속하는 변호사법 개정안은 막강한 로비력을 갖춘 변호사 단체의 반발까지 겹쳐 있어 여야의원들의 안중에서 벗어나 있다.
이와함께 장애인법안도 장애인고용촉진공단의 소관부처를 놓고 국민회의와 노동부의 주도권 다툼으로 법사위와 보건복지위에서 9개월째 계류중이고 통합방송법 등 이해관계가 첨예한 법안들의 회기내 처리 가능성도 불투명하다.
결국 여야 모두는 국회가 열릴 때마다 민생과 규제개혁 법안을 조속히 처리한다는 원칙적 합의를 반복하고 있지만 정작 상임위 심의과정에서 정치 쟁점 등 돌출변수로 심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높아 국회무용론이 또다시 대두되고있다.
양정록기자JRYA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