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11월 2일] 뉴노멀 시대의 외국인 투자

외국인투자 유치를 통해 국가경제 흐름을 극적으로 반전시킨 국가가 적지 않다. 이른바 ‘영국병’에 걸린 영국을 재건한 것도 과감한 외자유치 전략이 큰 기여를 했다. 중동 국가들은 석유 고갈에 대비해 제조업과 비즈니스 분야에서 강력한 외국인투자 유치 전략을 펼치고 있다. 또 싱가포르는 외국인투자에 대한 개방적 시각에 힘입어 아시아의 대표적 비즈니스 허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신성장동력에 투자유치 집중을 멀리 이야기할 것도 없이 우리나라가 10여년 전에 겪었던 외환위기를 비교적 빠른 기간 내에 탈출한 것도 외국인투자의 절대적 역할이 있었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다. 우리 경제에서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차지하는 역할과 비중은 더 이상 강조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지난 1997년에 2,000여개에 불과하던 외국인투자기업은 1만 4,000개로 늘어났다. 또한 외국인투자기업은 제조업 기준으로 국내 매출의 13.1%, 고용의 5.9%, 수출의 12.4%를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가야 할 길을 다시 점검해봐야 하는 시점에 다다랐다. 세계 최대 채권운용회사인 핌코(PIMCO)의 최고경영자(CEO) 모하메드 엘 에리언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향후 세계 경제를 특징짓는 현상으로 ‘뉴노멀(New Normal)’을 이야기했다. 위기 이전 고성장의 거품이 붕괴되면서 저성장의 시대에 접어들었고 신흥국의 부상으로 다극체제로 전환됐다는 의미다. 그리고 온실가스 감축에 관한 국제공조가 강화됨에 따라 녹색성장형 산업시장이 새롭게 열리면서 세계 각국의 선점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로서는 뉴노멀로의 변화가 위협이 될 수도 있지만 대처하기에 따라서는 새로운 성장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변화하는 질서 속에서 한국의 정치ㆍ경제적 위상을 재정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경 간 투자도 금융위기 이후 새로운 패턴을 보이고 있어 세계적 흐름을 잘 읽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뉴노멀 시대에 주어진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투자유치 전략에 있어서도 과감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외환보유고가 2,800억달러에 이르고 세계적으로 환율전쟁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순수하게 달러를 확보한다는 차원은 벗어나야 한다고 본다. 다시 말해 FDI의 ‘양(quantity)’보다 ‘질(quality)’에 더욱 집중할 때다. 이제는 신성장동력 분야 등 우리의 미래 먹을거리를 창출하는 데 필요한 수단으로써 외국인투자 유치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조세감면ㆍ현금지원 등 인센티브도 이 방향에 맞춰 재편할 계획이다. 투자유치 활동도 단순히 ‘한국에 진출해 사업을 하라’는 식의 수준을 뛰어넘어 공동 연구개발, 인력교류, 제3국의 프로젝트 공동수주 등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다양한 투자상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그리고 날로 심각해지는 청년 실업문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고용을 많이 창출할 수 있는 기업들을 중점적으로 유치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서비스 분야의 투자유치를 본격적으로 할 때이기도 하다. 중국과 중동 등 신흥자본국은 더 이상 국경 간 투자무대에서 조연이 아니다. 중국은 2조 4,000억달러라는 세계 최대의 외환보유고를 바탕으로 세계 FDI시장의 큰 손으로 성장했다. 중동 역시 막대한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해외 주요 매물들을 사들이고 있다. 따라서 과거 미국 등 선진국 중심에서 과감하게 투자국을 다변화해야 한다. 신흥국등 투자국 다변화해야 세계는 10월말 주요20개국(G20) 경주 재무장관회의에서 우리나라의 중재자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 군웅할거의 뉴노멀 시대에서 성공하기 위한 주요 덕목으로 중재와 균형의 능력을 꼽는다. 가장 빨리 세계 거대 경제권과 FTA를 체결해나가고 있는 우리나라는 글로벌 FDI시장에서 균형자로서 그 중심에 설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주는 외국인투자주간(Foreign Investment Week)이다. 많은 외국인투자기업이 참석하는 이 자리에서 우리의 잠재력과 역량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될 것이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앞으로 외국인투자 전략의 과감한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뉴노멀 시대의 스타’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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