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난관 봉착한 한국노총의 정책연대

대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온 국민의 관심은 대선 후보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쏠려 있다. 노동계 역시 예외는 아니다. 민주노총은 일찌감치 민주노동당 지지를 선언했고 한국노총은 전체 조합원들의 뜻을 물어 지지 후보를 결정할 방침이다. 국내 노동계를 양분하는 두 노총이 대선을 앞두고 각자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이 가운데 한국노총이 올 대선에서 처음 시도하는 정책연대가 눈길을 끌고 있다. 전체 조합원이 87만명에 달하는 한국노총은 조합원 명부를 제출한 50만명을 대상으로 오는 28일부터 12월7일까지 열흘간 자동응답시스템(ARS) 투표를 실시해 지지 후보를 결정한다. 노조 지도부가 아닌 조합원들 스스로가 지지할 대선 후보를 결정하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한국노총의 새로운 시도는 현재 커다란 암초를 만났다. 정책연대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대선 후보를 초청한 노동ㆍ사회분야 TV 토론이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불참 통보로 무산됐기 때문이다. 한국노총이 MBC와 함께 준비한 TV 토론은 조합원들이 지지 후보를 결정할 판단 근거를 제시해 주는 사실상 유일한 방안이었다. 이에 앞서 한국노총은 각 대선 후보들로부터 정책요구에 대한 답변서를 받았지만 대부분의 후보들은 각 항목에 대해 ‘수용’ ‘조건부 수용’ 등 짤막한 답변으로 일관, 조합원들의 선택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했다. 한국노총으로서는 TV 토론을 거부한 이 후보를 정책연대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것이 당연해 보이지만 현재 지지율 1위인 이 후보를 제외할 경우 정책연대의 파급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한국노총의 이번 정책연대는 시작 단계부터 성공 여부를 둘러싸고 적지 않은 의문이 제기돼 왔다. 자칫 조합원들의 인기투표로 변질될 수 있는데다 만약 ‘친 경영자적’ 성향을 보이는 이 후보가 정책연대 대상으로 결정될 경우 한국노총의 정체성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비록 현재 난관에 봉착했더라도 한국노총의 정책연대는 그간 우리 노동운동의 역사를 봤을 때 참신한 시도인 것만은 분명하다. 우리 사회의 한 축인 노동자들이 지지 후보를 결정하기 앞서 각 후보의 노동정책을 비교할 수 있는 자리마저 무산시킨 정치권의 대응이 아쉬울 뿐이다. 한국노총 조합원들이 곧 다가올 ARS 투표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관련기사



이재용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