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 중국의 두 얼굴

#장면1. 유엔 안보리의 북핵 결의(1718호)가 통과된 다음날인 15일 밤. 중국 외교부는 “중국은 (6자 회담의) 교착상태를 조속히 타개해 회담이 재개될 수 있도록 관련국들과 함께 노력하겠다”는 논평을 기습적으로 발표했다.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제재가 기정사실로 굳어져가고 있는 상황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이었다. #장면2. 16일 아침 북한ㆍ중국간 교역의 80%가량을 취급하고 있는 단둥(丹東) 해관(세관). 세관원들은 북한행 화물트럭 수십대를 세워놓고 짐칸을 샅샅이 검색했고 이 지역 은행들은 북한으로의 달러송금을 전면 중단했다. 중국의 북핵 해법이 ‘대화’ 쪽으로 기울었다는 판단을 뒤집는 뜻밖의 행동이었다. 중국은 말썽꾸러기 북한에 ‘사탕’을 물리고 어르는가 싶으면 어느새 ‘회초리’를 드는 ‘야누스(Janus)의 얼굴’을 갖고 있다. 핵실험 전인 이달 초 “북한의 나쁜 행동(핵실험)에 대한 것이라면 누구도 그들을 보호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해 북측을 자극했던 왕광야(王光亞) 유엔 주재 중국 대사도 16일(현지시간) “중국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거래의혹이 있는 화물에 대해서는 검색을 실시하겠지만 북한 화물을 저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북측을 감싸며 ‘갈지(之)’자를 걸었다. 중국 정부의 철저한 통제 아래 있는 언론들도 냉탕과 온탕을 오가기는 마찬가지다. 동방조보(東方早報)는 17일 “지린(吉林)성 훈춘(琿春)에서는 항구 진입시 실시되는 화물검색이 과거에 비해 훨씬 엄격해졌다”며 북한 핵실험 이후 대북제재를 기정사실화한 반면, 베이징신보(北京晨報)는 16일 “북한이 6자 회담 복귀를 비중 있게 검토하고 있다”는 알렉산드르 알렉세예프 러시아 외무차관의 발언을 인용, 북한의 6자 회담 복귀 가능성을 부풀렸다. 중국의 오락가락하는 행보는 미국과의 전략적 협력과 북한의 돌출행동 차단이라는 중국의 두 가지 외교목표의 산물로 이해된다. 중국은 지난 2003년 북한을 6자 회담 테이블로 끌어냈을 때도 경제지원을 둘러싼 채찍과 당근을 번갈아 구사해가면서 미국과의 양자회담을 끈질기게 주장하던 ‘고집불통’ 북한을 굴복시켰었다. 그러나 북한이 중국의 만류를 뿌리치고 핵실험을 감행해 지금은 과거와 상황이 다르다. 중국의 회초리는 북한에 ‘채찍’과 같은 강도로 증폭돼 전달될 게 뻔하고 중국이 내미는 ‘사탕’도 달콤함이 반감될 공산이 크다. 중국의 ‘야누스 전술’이 이번에도 북한의 굴복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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