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6회 칸 국제영화제(이하 칸 영화제) 필름마켓에서 한국 부스가 연일 문전 성시를 이루고 있다. 특히 봉준호, 김기덕 감독의 작품이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영화가 거의 완성됐지만 후반 작업을 마무리하지 못해 칸 영화제에 출품하지 못한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와 김기덕 감독의 신작 ‘뫼비우스’, 홍상수 감독의 신작 ‘우리 선희’ 등이 해외 바이어들의 러브 콜을 받았다.
상업영화인 김용화 감독의 ‘미스터 고’ 역시 전체 3D 촬영과 컴퓨터그래픽(CG), 시각효과(VFX)로 만들어낸 고릴라 캐릭터 등 화려한 영상으로 해외 영화 관계자들의 시선을 붙잡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관심이 집중된 영화는 ‘설국열차’였다. ‘괴물’, ‘마더’ 등으로 해외에서 상당한 팬을 확보한 봉준호 감독의 신작인데다, 크리스 에반스와 틸다 스윈튼 등 할리우드 유명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영어 영화’라는 점이 해외 바이어들의 구미를 당기는 요인이다. 게다가 이 영화는 칸 영화제 측에서도 올해 경쟁 부문 초청작으로 기대했지만 일정이 맞지 않아 출품을 포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영화의 완성도에 대한 궁금증이 한층 더 증폭되고 있는 분위기다.
필름마켓에 마련된 CJ E&M의 홍보 부스에는 영화제 초반 ‘설국열차’를 보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로 북적댔다. 이 같은 관심은 여러 건의 판매 계약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선 판매로 이미 200억 원 이상의 실적을 올리며 북미와 영국, 호주 등 영어권, 프랑스, 남미 등에서 개봉을 확정한 상태여서 이번에 계약이 된 액수는 그리 큰 규모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덕 감독의 신작 ‘뫼비우스’도 칸을 찾은 전 세계 예술영화 바이어들에게 큰 관심을 받았다. 이 영화는 김 감독이 아직 촬영 중일 때 칸 영화제 경쟁작 출품이 마감돼 시기를 놓쳤지만, 올해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은 김기덕의 신작이 나왔다는 사실만으로도 해외 바이어들은 촉각을 곤두세웠다. 아직 후반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아 그 어떤 영상도 나와 있지 않고 스틸 사진 몇 컷만이 홍보 부스에 전시된 상태지만, 무조건 사겠다고 달려드는 바이어들이 줄을 섰다는 후문이다.
홍상수 감독의 신작 ‘우리 선희’도 올해 칸 경쟁 부문에 초청받지는 못했지만, 해외 바이어들의 관심은 여전하다.
올해 칸 경쟁 부문 초청작들이 베일을 벗은 가운데, 경쟁작들의 완성도가 예년보다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면서 상대적으로 한국의 검증된 감독들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김기덕, 홍상수 감독의 작품을 해외에 판매하는 회사 화인컷의 김희연 팀장은 “김기덕, 홍상수라는 이름만으로도 해외 바이어들은 이미 작품을 살 준비를 하고 온다”며 “해외에 팬 층이 두텁기 때문에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하지 못한 것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용화 감독의 블록버스터 ‘미스터 고’도 높은 상업성이 점쳐지면서 세계 영화 관계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이에 따라 실제 판매 계약도 여러 건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매체 ‘LA타임스’는 23일 칸 영화제 이모저모를 스케치한 기사에서 필름마켓에 출품된 ‘미스터 고’를 언급했다. LA 타임즈는 “필름마켓에서 가장 흥미로운 영화는 한국영화 ‘미스터 고’였다. 이 영화는 모션 캡처와 컴퓨터그래픽을 활용해 600파운드(272㎏) 몸무게의 진짜처럼 보이는 고릴라, 야구를 아주 사랑하는 고릴라에 관한 영화를 만들었다. 아마도 LA다저스가 이 영화를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썼다.
이 밖에도 한국에서 1천만 이상 동원하며 흥행한 ‘7번방의 선물’이 아시아 국가들 사이에서 관심을 받으며 여러 국가에 팔려나갔고, 한국형 느와르 ‘신세계’도 유럽과 아시아의 몇몇 국가에 추가로 판매됐다.
영화진흥위원회 국제사업부 김하원 과장은 23일(현지시간) “올해 칸 필름마켓에서 규모가 큰 작품인 ‘설국열차’와 ‘미스터 고’가 실적을 올리면서 전체 한국영화의 판매 실적도 작년보다 상당히 높아졌다”고 말했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