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을 비롯한 금융산업에 대한 외국자본의 영향력이 높아짐에 따라 과도한 외국자본 진출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우리은행을 비롯한 일부 은행지분의 매각과 관련해 외국자본보다는 국내자본에 매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아울러 외환위기이후 금융 산업 부동산등 각 부문에 걸쳐 진출한 외국자본의 성과에 대한 검토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국내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높이고 투명성 제고에 기여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는 반면에 단기수익만 챙겼을 뿐 새로운 경영기업이나 기술도입에 의한 경쟁력 강화 등 질적인 효과는 미미하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세계화 개방화시대에 국내 자본과 외국자본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경제적으로 큰 의미를 가지는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금융산업을 비롯한 국내 경제에 있어서 외국자본의 역할이 크게 증대된 것은 사실이다.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도 우리나라는 싱가포르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외자비중이 매우 높은 나라에 속한다.
문제는 이렇게 외국자본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경우 금융시스템의 불안을 비롯해 여러가지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이는 중남미국가들을 비롯해 외자비중이 높은 나라들의 경험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우리경제에 대한 외국자본의 진출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게 된 것은 외환위기이후 구조조정 방식이 외자중심으로 짜여졌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직후 무더기로 발생한 부실기업과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을 위해 막대한 자본이 요구되었고, 그러한 자본을 조달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바로 외국자본을 유치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다급하게 외국자본을 유치하다보니, 국내 기업이나 금융기관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헐값 매각 시비가 끊이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외환위기직후 급박한 상황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제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 외환보유고도 충분히 쌓였고 국내 자본력도 상당정도 확충되었다. 부실기업 또는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에 있어서 굳이 외국자본에만 의존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그런데도 외환위기직후에 마련된 외자중심의 구조조정계획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외환위기 직후와는 경제사정이나 여건이 크게 달라졌으므로 부실정리를 위한 구조조정 방식도 외자의존형에서 탈피해 여건에 맞게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채권단과 정부는 우리경제 실정에 맞는 새로운 형태의 구조조정 방식을 강구해야 한다.
<서정명기자 vicsj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