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1월6일] 원조 버블

주식투자자들이 가장 싫어할 단어는? ‘거품(bubble)’이다. 한순간에 주가를 무너뜨리는 거품이라는 용어가 처음 쓰인 것은 1721년, 영국에서다. 주역은 ‘남해(South Sea)주식회사’. 스페인과의 무역으로 소규모 이익을 내던 이 회사는 1720년 초 갑자기 개미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발행주식을 국채와 바꿔주는 신종 금융기법 ‘인그래프트먼트(engraftment)’를 도입한 것. ‘회사가 망해도 국채수익률은 보장된다는 믿음은 주가를 끌어올렸다. 설립 후 9년간 주당 100파운드대에 머물던 주가는 3배 할증발행이라는 신규공급에도 6월 초 890파운드까지 치솟았다. 상투권을 의식한 경계매물이 나오자 회사는 주식을 사들였다. ‘스페인으로부터 남미 지역 전항구에 대한 기착권을 따냈으며 금광을 발견했다’는 정보도 돌았다. 8월 초 주가는 피크를 찍었다. 주당 1,000파운드. ‘사상 최고의 회사’라는 투자자들의 찬사는 오래가지 않았다. 재료가 루머로 확인되고 이웃 프랑스에서 주식투자 광풍을 낳았던 ‘미시시피 회사’ 사건의 진상이 드러난 영향이 겹쳐 9월 주가는 150파운드로 주저앉았다. 영국 경제도 내리막길로 들어섰다. 조사에 나선 의회가 1721년 1월6일, 버블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공식 사용하며 진상을 발표했을 때 땅을 친 개미 중에는 ‘로빈슨 크루소’의 저자 대니얼 디포와 만유인력을 발견한 아이작 뉴턴도 끼여 있었다. 말년에 경제학을 공부해 차관급인 런던 조폐국장을 지내던 뉴턴은 한때 평가익 7,000파운드를 올리기도 했지만 끝내 2만파운드를 날렸다. 요즘 가치로 20억원을 잃은 뉴턴은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어도 인간의 광기는 도저히 알 수가 없다’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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