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되는 기업은 있어도 안 되는 업종은 없다“
지난 2001년 9년 3개월동안 법정관리에 있던 봉제업체 협진양행을 인수, ACTS로 사명을 변경, 재상장 시킨 후 대표에 취임한 유병옥사장(50)은 기업인의 본령은 `도전정신`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20대 중반 서울 을지로에서 단돈 2,000만원으로 시작한 지류 도매업을 기반으로 봉제와 자동차 시트커버를 만드는 ACTS와 지류 유통관련 삼원, 이원, 유니크페이퍼, 아동용 출판사인 `깊은책속 옹달샘` 등 수개의 사업체를 경영하고 있다.
여기다 최근 조직개편을 하고 미국 LA시장을 겨냥해 추진하고 있는 침구류 사업과 부산 사상공단의 공장부지에다 개축한 골프연습장까지 그가 손대고 있는 법인이나 사업분야는 10여개에 육박한다. 그야말로 맨주먹으로 시작해 일가를 이룬 셈이다.
유사장의 사업 경력 중에서 일대 사건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바로 ACTS인수 건이다.
예전에 비해 명성은 줄었다고는 하지만 전신인 협진양행은 79년 1억달러 수출탑 등 각종 수출관련 포상을 휩쓸고 봉제업체로는 드물게 76년 이미 주식시장에 상장돼 대기업반열에 들었던 기업이다. 그러나 80년대 봉제산업이 급격히 사양화하면서 90년대 초반 법정관리에 들어간다.
유사장은 법정관리로 자본잠식 상태였던 협진양행에 257억원을 투자, 채무를 전부 인수하면서 법정관리에서 졸업시켰다. 이에 따라 협진양행의 부채비율은 30%대로 줄었으며 직원들도 임금 인상이라는 선물을 받았다. 이 같은 노력으로 한때 200만달러 내외였던 신용장 내도액이 지난해부터 평균 400만달러 이상으로 치솟는 등 기업이 활기를 찾기 시작한다.
유사장은 그렇다고 ACTS의 사업영역을 단순 봉제업체로 묶어두지는 않았다.
“구로공단의 본사만해도 협진양행 시절 한때 7,000여명의 미싱사들이 3교대로 일하던 곳이다. 그러나 현재는 10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변화에 발빠르게 적응해 변신하는 것도 기업가가 해야 할 일이다”
우선 부산공장도 봉제사업과 밀접한 자동차 시트사업에 진출시키는 것을 시작으로 사업다각화에 나선다. 사업다각화와 관계사와의 업무효율을 높이기 위해 유사장의 본업이었던 지류유통사업에 새롭게 진출했다.
대주주인 ACTS삼원과 협력관계를 통해 지류유통시장의 판매구조를 선진 형태로 발전시키겠다는 야심을 갖고 지난 4월초 서울 본사에 2,000평 규모의 백상지 등 지류 할인매장의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는 제지회사의 여신ㆍ운송ㆍ창고ㆍ영업문제를 효과적으로 제공하고 중소형 지류 도매상들에게는 ACTS의 구매경쟁력을 기반으로 최저가 공급과 물류창고 없이도 영업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전략으로 영업을 해 지류유통시장에 새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ACTS는 앞으로 이 지류유통을 기업의 주력사업부문으로 키워갈 계획이다.
또 유아 아동 출판물 전문업체인 `깊은책속 옹달샘`의 지분을 확보하여 계열사로 편입했다.
그는 “ 종이를 원자재로 하는 출판사업에 진출 계획이 있었으며 기존 지류 유통 부문과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분야여서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유아, 아동용 전문 출판사인 이 출판사는 동화, 학습물 등 180여종의 각종 서적을 출간하고 있으며 대표적인 책으로는 “아는맛 크는맛”, “싱크로드” 등이 있다. 출판사는 서울에 총판을 두고 경기, 대구, 부산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11곳의 대리점을 확보하는 등 자체 영업망을 구축, 이른바 로드마케팅을 통해 전국의 서점에 책을 공급해 올해 60억원의 매출로 메이저회사로 부상을 기대하고 있다.
올해시작한 신규사업중 가장 이색적인 것은 골프연습장인 골프 아카데미 `타가(TARGA)`다. 싱글 핸디캐퍼인 유사장이 적극적으로 추진한 이 골프연습장은 지난 2월부터 부산 사상공단의 봉제공장을 개축, 오는 7월말 오픈할 계획이다. 3,000평 대지에 지상 4층 규모의 본관 4층 건물과 2층 근린상가로 구성되어 있으며 골프연습장은 물론 1층의 식당과 은행, 대형 골프 숍 등의 쇼핑센터를 비롯하여 종합레저타운식으로 개발됐다.
유 사장은 “다소 연결이 안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업은 전체적인 균형을 찾아야 하고 이 때문에 신규사업에 주력하고 있으며 앞으로 계속 분야를 넓혀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이 같은 사업다각화노력으로 ACTS는 법정관리 졸업 후 1년 7개월 만에 정상괘도를 달리고 있다. 2003년 반기결산 결과 매출 451억원, 영업이익 14억원, 당기순이익 4억8,000만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흑자전환을 했으며 특히 출판, 침장, 골프연습장 등 신규사업이 하반기 이후 본격화될 경우 올 전체적으로는 1,400억원 정도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유사장은 “외형적인 규모가 아니라 이익창출과 기업가치면에서 앞으로 3년 내에 국내 500대 기업 반열에 올려놓겠다“며 “이후에는 인수와 사업 구조조정을 위해 그동안 소홀했던 주주들의 이익실현(배당)에도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영철학과 스타일
“기업경영에 실패하면 다시 일어설 수 있지만 인간관계에 실패하면 재기가 불가능하다”
유사장은 기업경영에 있어 제 1원칙은 원만한 인간관계라고 말한다. 특히 그가 말하는 인간관계는 직위가 낮은 사람들에 대한 배려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그래서 그는 오히려 말단 직원들을 대할 때 상당히 조심스럽다. 윗사람을 대할 때 부담감을 가질 수 밖에 없는 부하직원들에게 혹여 작은 행동이나 말로써 상처를 줘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회사도 사람이 움직이기 때문에 경영자와 직원들의 일치단결 된 노력만 있으면 기업은 성장을 계속 할 수 있다는 것이 유사장의 소신이다. 실제 그는 ACTS인수 후에도 구조조정을 위해 직원들을 정리하는 것을 최소화했다.
옆에 있던 동료가 해고당하는 마당에 남은 종업원들이 애정을 가질 수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이에 따라 정리해고는 가급적 줄이고 사업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한 잉여인력들은 지류유통 등 신규사업부문으로 돌렸다. 일부는 지금까지 하던 일과 전혀 다른 일거리를 맡았지만 체계적인 재교육을 통해 새 분야에 훌륭하게 적응하고 있다는 것이 유사장의 이야기다.
서울 구로공단에 있는 2층짜리 본사건물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한 것도 2층 사무실에 근무하는 단 1명뿐인 지체장애 직원을 위한 유사장의 배려에서다. 이 직원은 전직회사인 협진양행시절부터 줄 곧 근무해 온 직원이다.
이 같은 인간 관계에 대한 투자는 그가 20여년간 지류도매업을 해 오면서 체득한 것이다. 상인들의 기본인 정직과 신용을 기반으로 700여개 거래처들과 쌓아온 인간적이고 유기적인 관계들이 가장 큰 자산이라고 유사장은 생각하고 있다.
유사장은 “기업인이라는 것은 기업의 이해관계자들인 주주와 종업원들을 섭섭하지 않게 하면서 만족시켜주는 인간관계의 조정자로 본다“고 말했다.
(약력)
◇약력
▲54년 충남생
▲78년 삼원지업 창립
▲90년 삼원지류판매㈜ 설립 대표취임
▲97년 이원페이퍼㈜ 설립 대표취임
▲99년 ㈜유니크페이퍼 설립 대표취임
▲2000년 유니크코리아인베스트먼트 투자자문사 설립
▲2001년 ㈜협진양행 인수 대표취임
<유병옥 ACTS 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