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탈출구 없다" 시장불안 연초까지 갈듯

■ 채권시장 '이성태 쇼크'<br>'개입성 메시지' 시장기대 완전히 무너뜨려<br>대외 불확실성 고려 콜금리 예상대로 동결<br>"물가상승 현실화" 내년 금리인상 가능성도


‘시장논리’를 강조한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발언으로 채권시장이 녹다운됐다. 원화 및 외화유동성 부족으로 수급이 붕괴된 상태에서 시장 개입성 발언 예상을 뒤집고 기대심리를 완전히 무너뜨린 것이다.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으로 시장관계자들은 ‘더 이상 탈출구는 없다’는 표현을 쓸 정도다. 한은이 당분간 금리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봄에 따라 채권시장은 물론 자금시장 전반적인 불안장세는 연초까지 상당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한은 총재 쇼크에 빠진 채권시장=이날 채권시장은 가히 ‘이성태 총재 쇼크 장세’로 불릴 만하다. 금통위의 콜금리 동결 발표 때만 하더라도 국채선물시장 분위기는 좋았다. 금통위에서 시장을 달랠 만한 긍정적인 멘트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심리에 전일 대비 15틱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총재가 “금리상승은 경기호조에다 은행권의 대출 증대, 국제금융시장 불안이 겹치면서 일어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당분간 금리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발언하자마자 국채선물은 기준가 대비 50틱 아래로 급전직하했다. 즉 한은이 유동성 지원을 하지 않는 등 시장개입에 나설 뜻이 없다는 의미로 ‘은행권이 알아서 해결하라’는 메시지인 셈이다. 결국 수급이 붕괴된 채권시장의 마지막 보루였던 한은의 ‘배신’에 시장참가자들의 냉랭한 심리는 더욱 얼어붙으며 공황상태로 이어진 것이다. 여기에 채권시장 혼란의 또 다른 원인인 스와프시장의 달러부족 현상과 관련해서도 이 총재는 “중앙은행이 외화유동성을 책임지는 일은 없다”며 달러공급에도 나서지 않겠다고 밝혀 결국 원화 및 외화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는 금융시장은 벼랑 끝에 몰린 형국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채권시장에 더 이상 탈출구는 보이지 않는다”며 “연초까지 어떻게 자금을 꾸려가야 할지 막막하다”고 전했다. ◇대외 불확실성 커 콜금리 4개월째 동결=금통위가 12월 콜금리를 동결함에 따라 4개월 연속 동결됐다. 이번 콜금리 동결은 사실상 예견돼왔다. 서브프라임 파문 확산 등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최근 국내 금융시장이 극심하게 요동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금통위는 이날 발표문을 통해 “국제유가 상승, 국제금융시장 불안 지속 등 향후 경기흐름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금융시장에서 가격변수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동결 이유를 설명했다. 즉 금리가 치솟고 있는 등 자금경색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 콜금리를 인상해 돈줄을 더 죌 수 없었다는 이야기다. 더욱이 한은이 지난 5일 발표한 ‘2008년 경제전망’에서 내년 세계경제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올해보다 둔화할 것으로 예측한 상황에서 금리인상으로 경기에 찬물을 끼얹기도 어려웠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서브프라임 사태로 금융시장의 불안, 글로벌 신용경색이 내년 초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진다 하더라도 당분간은 한은이 콜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물가 압력 커 인상 가능성도 점쳐져=이날 한은은 물가상승에 대해 크게 우려하는 모습을 비쳤다. 지난달 통화정책방향에서 밝힌 ‘소비자물가가 상승압력이 높아지고 있다’에서 ‘소비자물가가 상승세를 확대하고 있다’고 방향을 튼 것. 또 ‘최근’이라는 표현을 삽입해 물가상승이 현실화되고 있음도 내비쳤다. 실제 한은은 내년도 상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보다 0.8%포인트 급등한 3.5%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은의 중기물가 목표(2.5~3.5%)의 최상단이다. 물가 상승세가 급격하게 가팔라진 것이다. 결국 경제성장보다 물가안정을 목표로 하는 한은이 내년 상반기쯤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진단이다. 여기에 시중유동성(L)이 3개월 연속 증가하며 처음으로 2,000조원을 넘어선 것도 한은의 금리인상론에 힘을 실어준다. 송재혁 SK증권 연구원은 “중앙은행 목표가 물가안정인데다 물가수준도 높고 상승속도도 빠르며, 게다가 유동성도 원하는 수준까지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외부변수만 호전되면 한은이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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