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동십자각] 대기업의 어음발행 폐지

LG상사가 최근 그룹계열사 가운데 처음 공식적으로 어음발행을 2000년부터 폐지키로 결정했다. 이 회사는 하나은행과 제휴를 통해 어음을 대체할 구매거래에 대한 새로운 결제시스템을 도입, 어음을 발행치 않기로 했다고 한다.신용카드 결제시스템을 응용한 이 방식은 국제통화기금(IMF)사태를 계기로 어음제도의 엄청난 폐혜를 경험한 우리경제, 특히 중소기업들에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2만여개의 중소기업들이 쓰러져간 주요원인 가운데는 물품대금 등으로 받은 어음이 발행기업의 부도로 휴지조각 되면서 연쇄부도에 처하는 안타까운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사실 어음은 기업들의 자금부담을 해소 해주는 등 긍정적인 역할도 해 왔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여론조사에서 80%이상의 중소기업들이 어음제도 폐지에 찬성하고 있는 주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도 어음제도를 대신할 수 있는 구매카드의 활성화와 함께 전자어음결제 제도의 도입을 적극 추진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중소기업특별위원회는 이에앞서 이달초 오는 2010년까지 어음제도를 폐지한다는 방침을 이미 발표한 바 있다. 정부차원에서 이처럼 어음제도의 문제점을 파악, 대안을 적극 마련하고 나선 가운데 대그룹 계열사인 LG상사가 먼저 실행에 나섰다는 점은 매우 긍정적이다. 전자부품을 생산하는 경기도 안산의 A사 K사장은 『대기업이 자발적으로 어음발행을 폐지키로 한 결정은 무엇보다 반가운 소식이다』며 『어음에 시달려온 많은 중소기업들에는 큰 선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어음제도에 대한 개선작업은 이제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LG상사를 시작으로 첫발을 내디딘 대기업의 어음발행 폐지조치가 점차 다른 기업으로도 적극 확산될 것을 기대하는 것은 비단 중소기업들만의 바람은 아닐 어음발행 폐지는 정부가 정한 시한에 맞춰 강압적으로 이뤄지기 보다는 발행주체들, 특히 대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건전한 경제구조 확립과 기업 등의 거래시스템 선진화를 위해서 시급한 일이기 때문이다. 당장 어음발행을 중단할 수 없더라도 발행규모를 점차 줄여나가는 등의 적극적인 호응이 필요하다. 이는 기업들간, 특히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에 어음으로 얽매여있는 불안한 관계를 정리하고 서로 공생할 수 있는 튼튼한 기반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더욱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정부도 기업들의 이같은 움직임을 적극 반영, 다양한 정책적인 인센티브나 지원 등을 제공함으로써 어음제도의 대안을 적극 마련해야 한다. 새천년에는 어음의 폐해로 더이상 억울한 피해를 당하는 기업이나 사건들이 없는 시대를 만들어가야 할것이다. MOONH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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