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투덜이의 영화세상'

'투덜이의 영화세상' 한국일보 이대현기자, 나르시즘 빠진 한국영화에 쓴소리 『한석규가 어느날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거나, 더이상 빼먹을 가치가 없거나, 그를 대신할 스타가 나타나면 (영화제작사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을 것이다. 벌써 그런 날이 오기를 기다리는 사람도 있다. 그것이 스타의 운명이다. 만약 이 상태라면 한석규는 그날을 견디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실패가 두려워 약삭빠르게 피해만 다녔으니까. 진정한 스타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실패를 각오하고 새로운 길로 뛰어드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비겁한 스타는 스타가 아니다.』 한국일보 영화담당 기자 이대현의 쓴소리다. 「투덜이의 영화세상」이란 책을 펴낸 이대현은 『우리에게 시네마 천국은 없다』고 말한다. 왜? 한국영화는 상상 이상으로 고루한 자기사랑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엔터테이너 또는 장인이라기보다는 비즈니스맨에 가까운 한석규에 대한 쓴소리는 그대로 다른 한국영화에도 이어진다. 당대의 화제작 「쉬리」. 그러나 기자는 그 영화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영화 도입부에 살아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살인훈련을 하는 북한 8군단의 잔학하고 혹독한 모습은 「쉬리」가 오락을 위해 분단에 대한 고정관념을 얼마나 생각없이 받아들이고 있는가 보여준다.』 물론 기자는 영화감독 이창동·홍상수 등의 작품에서 작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한국영화의 에너지를 발견한다. 영화 제작·홍보에서 실제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충무로의 인프라에 대한 기자의 관심도 각별하다. 때문에 이 책을 읽다보면 충무로의 깊숙한 속내에서 진행되는 야릇한 몸놀림과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리 영화의 주역들이 한국영화를 어떻게 바라보고 무엇을 위해 만들고 있으며 그들을 짓누르고 있는 부채감은 또 무엇인지에 대해 조금씩 눈치챌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아마도 이 책을 읽다보면 충무로 영화인들은 『이 기자의 투덜이병이 거의 풍토병이 되었군』하면서 아무 생각없이 투덜거릴 사람과 『영화란 그저 넋을 놓고 바라만 보는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만드는 사람들의 속살도 훔쳐보는 관객도 있구나』하면서 등골이 송연해질 사람들로 갈라질 것이다. 무엇보다 일반 독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한 고집쟁이의 날카로운 투덜거림이 신선한 청량제로 다가와 영화보기의 즐거움을 더욱 높여주는 혜택을 받을지도 모른다. 다할미디어 펴냄. 이용웅기자 입력시간 2000/10/04 18:12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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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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