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전미경제학회 연례총회] 미·유럽 채무위기 언제든 재발 가능성

■ 존슨·로고프 교수 지적<br>유럽 채무재조정 국가 나오고 달러 기축통화 역할 축소 땐<br>미국도 심각한 위기 겪을 것

사이먼 존슨

케네스 로고프

세계적인 경제학자들이 유럽에서 그리스 형태의 채무재조정을 해야 하는 위기 국가들이 추가로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앞으로 달러가 기축통화로서의 역할이 축소되면 미국 역시 심각한 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맨체스터 하이야트 호텔에서 열리고 있는 전미경제학회(AEA) 연차 총회에서 '국가 부채 위기와 정책' 토론회에 참가한 사이먼 존슨 MIT대 경제학 교수는 "지난 1990년대 이후 잇따라 취해진 감세조치와 금융위기가 미국의 재정을 급격하게 악화시켰다"며 "달러가 기축통화가 아니었다면 유럽의 위기 국가들처럼 미국 역시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협을 겪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계경제가 위기에 빠져들수록 달러화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 미국으로서는 낮은 이자로 국채를 발행할 수 있는 등 여러 가지 이득을 취하면서 디폴트를 피할 수 있었다는 것. 하지만 존슨 교수는 "유럽이 부활하고 아시아에서 중국이 위안화를 국제통화로 만들려는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며 "앞으로 20년 후에도 달러화의 위상이 지금처럼 유지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현재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오는 2018년까지 추가로 7조달러의 국가부채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미국의 재정건전화를 이루는 것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매우 큰 고통을 수반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의회예산국(CBO)의 자료를 인용해 2030년까지 국가부채 비율을 50% 수준으로 떨어뜨리기 위해서는 매년 평균 5.5%의 정부지출을 삭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이후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유럽 국가들의 채무위기도 언제든지 다시 재발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천재 경제학자로 유명한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현재의 유럽 국가들의 상황에 대해 젊은 남녀가 결혼을 하기에 앞서 은행에 공동계좌를 만든 뒤 낮은 이자율로 대출을 받기 위해 양쪽의 친척들을 이 계좌로 끌어들인 상황이라고 비유했다. 모두가 값싼 대출을 받아서 좋아했지만 이제는 빚만 남아 누가 갚아야 하는 문제에 봉착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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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고프 교수는 국가채무 위기의 해결방법으로 ▦빠른 경제성장 ▦재정긴축 ▦인플레이션 유발 ▦채무조정 또는 디폴트 ▦일정 수준의 재정긴축과 인플레이션 결합 등을 예시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볼 때 채무위기를 겪은 국가들이 완전히 디폴트 상황으로 가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채무재조정 등을 통해 일정 부분 상환을 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현재 유럽 위기 국가들의 경우 유럽의 리세션 등을 고려할 때 빠른 경제성장을 기대할 수 없어 그리스와 같은 채무재조정이 더욱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로고프 교수는 1800년대 이후 22개 선진국에서 26번의 국가채무 위기가 있었는데 공통적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5년 연속으로 90%를 넘었었다고 분석했다. 국가부채 비율 90%가 채무위기를 알리는 위험선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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