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생선 굽기

음식 만드는 일을 가스연료나 전기가 아닌 숯불이나 연탄불에 의존할 때는 다른 요리도 그랬지만 특히 생선 굽는 일이 쉽지 않았다. 잠시 한눈을 팔다가는 시커멓게 태우기 십상이고 잘못 뒤집으면 살점이 석쇠에 눌어붙어 형체조차 알아보기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생선 굽기가 수월치 않았던 것은 2500여 년 전의 중국에서도 마찬가지였던 듯 하다. 당시에 쓰여진 「노자」(老子)라는 고전에 정치의 어려움을 생선 굽는 일에 비유한 구절이 나온다. 즉 "큰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 작은 생선을 굽는 일과 같다"(治大國若烹小鮮)는 것이다. 정부가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지 않으면 석쇠 위의 생선을 태우듯 일을 그르치게 되고 또 잘 한답시고 정책을 이리 저리 뒤집다보면 당초에 무슨 일을 하려고 했는지조차 알 수 없게 뒤죽박죽이 되어버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요즘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 중에는 「노자」의 경구(警句)가 바로 우리 같은 경우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걱정스러운 일들이 겹치고 있다. 예컨대 교육관련 정책은 하도 엎치락 뒤치락이 심해 이제는 아예 실망한 학부모들이 교육이민을 떠나거나 자녀들을 외국에 보내놓고 수시로 찾아가는 기러기가족이 보편화되는 심각한 단계에까지 이르고 있다한다. 부동산 정책도 몇 년을 주기로 투기를 부채질했다가 규제를 강화했다가 하기를 되풀이하는 바람에 전문가들조차 용어가 헷갈릴 정도로 혼선이 빚어지고 정부를 믿고 투자를 했던 사람들이 무더기로 손해를 입고 있다는 보도다. 정부의 행정지도에 따라 보험요율을 올린 보험회사들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는 담합 판정을 받는가 하면 주거용 오피스텔에 양도세를 부과할 것이냐 여부를 둘러싸고 부처간 이견을 보이고 캠핑용 자동차를 승용차로 볼 것이냐 승합차로 볼 것이냐를 놓고 논쟁을 벌이는 모습 등을 지켜보노라면 도처에 잘못 구워져 형체를 알기 어렵게 된 생선들이 널려있는 느낌이다. 그러나 생선 잘못 굽기보다 더 심각한 일은 생선을 구워야 할 공무원들이 아예 머리띠를 두르고 거리로 뛰쳐나가는 작금의 사태일 듯 하다. 신성순(언론인)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