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로에 선 외환관리] <6> 강대국의 패권다툼과 원貨의 운명

각국 치열한 셈법 틈새 '넛크래커' 신세<br>美, 달러약세기조 유지여부 놓고 딜레마 빠져<br>中, 위앤화 절상 대세속 경제적 파장에 우려<br>日 고이즈미총리 "외환보유액 투자 다변화를"<br>박승 총재 "이해관계 얽혀 해법찾기 어렵다"

[기로에 선 외환관리] 강대국의 패권다툼과 원貨의 운명 각국 치열한 셈법 틈새 '넛크래커' 신세美, 달러약세기조 유지여부 놓고 딜레마 빠져中, 위앤화 절상 대세속 경제적 파장에 우려日 고이즈미총리 "외환보유액 투자 다변화를"박승 총재 "이해관계 얽혀 해법찾기 어렵다" • 유로貨 통화패권 넘본다 지난 2월22일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든 ‘한국은행(BOK) 쇼크’는 미국 조야에 생각 이상의 큰 파문을 던졌다. 물론 한국은행은 중국이라는 신흥강국과 일본의 등에 올라선 모습으로 그런 영향력을 확보했다. 호가호위(狐假虎威)의 형세라고나 할까. 미국인들은 불쾌감과 불안감을 동시에 느낄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한은쇼크의 잔흔이 채 가시기도 전에 10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외환보유액 투자의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혀 다시 한번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지난 2일 그린스펀 의장이 증인으로 출석한 미 하원 예산청문회에서는 야릇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존 스프래트 민주당 의원은 “미국에 돈을 꿔준 외국인들이 달러화 보유가 충분하다고 판단, 외화자산 다변화를 위해 다른 통화로 옮겨가는 때가 올 수도 있다”며 “그 때는 어떻게 하겠느냐”고 그린스펀을 다그쳤다. 그린스펀 의장은 “(한은쇼크 등) 최근 일어나고 있는 것이 외환보유액 구성의 미세한 조정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증거는 거의 없다”면서도 “앞으로 몇 년이 지나면 그런 일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이라고 말했다. 한중일, 그리고 미국간의 환율 역학관계는 말 그대로 각국이 처한 경제적 현실의 축소판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우선 미국은 쌍둥이적자 속에서 계속해서 펑크나는 자본계정을 메워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크게 2가지의 툴이 필요하다. 하나는 달러약세 기조를 유지해 무역수지 적자를 메우는 것이고 또 하나는 직접적인 현금유입을 통해 자본상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 이를 위해 한국과 일본ㆍ중국 등이 지속적으로 미국의 국채를 포함한 달러자산을 매입하도록 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이 통화 패권이라는 큰 그림을 포기할 수 없는 입장이다. 아시아 국가들이 AMF를 창설하고 통화공조를 하려는 데 반대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역만을 생각하는 지나친 달러약세의 추구가 오히려 미국경제의 몰락을 몰고 올 수도 있다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중국은 위앤화 절상이라는 대세를 인정하면서도 소프트랜딩 없이 진행될 경우 자국의 경제상황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재정경제부 국제업무정책관인 진동수 차관보는 8일 서울 힐튼호텔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초청 조찬간담회에 참석, “중국 정부가 관심을 갖고 있는 부분 중 하나는 은행 부실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말 중국 시중은행 부실률은 14.2%라고 발표했지만 우리나라의 외환위기 경험으로 보면 정확한 수치가 아니며 일부에서는 최소 25%까지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진 차관보는 “중국 정부는 이러한 상황에서 위앤화를 절상하면 (중국경제) 시스템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받지 않을까 걱정하는 듯하다”고 강조했다. 남종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도 “중국의 외환보유액 6,000억달러 중 반 이상이 절상을 노린 헤지펀드라는 말도 있다”고 전했다. 중국이 만약 위앤화를 절상시킬 경우 차익을 얻은 외국자본이 썰물처럼 중국에서 빠져나가면 중국경제 그 자체가 무너질 것이라는 진단인 셈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 총재는 위앤화를 통화바스켓에 연동, 가능성에 대해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언제 어느 선까지 할지에 대해서는 확답이 없다. 중국은 그저 미국을 달래고 있는 형국이다. 국제적인 환율정책과 관련해 또 하?주목할 만한 대목은 뉴욕타임스 등 미국의 유력매체들은 ‘달러약세’에 의지하는 부시의 경제정책에 근본적인 한계가 올 것임을 일제히 경고하고 나선 점이다. 부시의 경제정책이 달러의 몰락이라는 재앙을 몰고 올지도 모른다는 경고를 ‘한은’이라는 양치기 소년이 먼저 알려줬다는 반응이다. 블룸버그의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은 “아시아 주요국들이 엄청난 규모의 달러를 보유, 그린스펀의 입지를 위축시키면서 국제금융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얼마 전 한중일 3국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간에 구성된 아시아벨라지오그룹(ABG)의 미국채 보유액이 무려 1조1,000억달러가 넘어 그린스펀을 긴장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복잡한 국제 금융질서 속에서 한국은 어찌 보면 강대국들간 역학관계 속에서 끼인 ‘호두까기’라고 할 수 있다. 넛크래커에 끼인 형국이다. 한국이 달러화와 싸운다는 것도 어리석지만 그렇다고 해서 중국ㆍ일본과 마냥 좋은 사이를 유지할 수 있는 근거도 희박하다. 박승 한은 총재가 아시아 국가들과 환율문제에 대한 공동대처방과 관련해 “플라자 합의처럼 선진국과 후진국이 협력하는 새로운 형태의 국제협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총재는 이어 “미국은 소비수준을 낮추고 저축을 늘려 쌍둥이 적자를 줄이고 달러가치 하락을 줄이도록 노력하고 아시아 각국은 보다 유연한 환율정책을 통해 세계무역 불균형을 해소하는 국제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나름대로의 해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박 총재는 “국제적인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아 큰 실효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국의 ‘환주권’은 소용돌이치는 국제 금융질서 속에서 넛크래커의 운명 속으로 점차 빠져들고 있다. 특별취재반=김영기 기자 young@sed.co.kr 김민열 기자 mykim@sed.co.kr 현상경 기자 hsk@sed.co.kr 입력시간 : 2005-03-10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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