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인준 부결 파장이번 총리인준 부결 사태로 임기 말 정권의 권력 누수가 급속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김대중 대통령의 리더십은 치유가 불가능할 정도의 타격이 예상된다.
현 정권으로서는 월드컵에 이어 다음달 29일부터 개최되는 부산아시안게임을 성공리에 치러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 내각의 수장인 총리직이 장기간 공백에 놓여 있다는 자체가 상당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또 김 대통령의 노령에 따른 업무 부담을 덜기 위해 총리가 대신 참석해 온 지방의 각종 행사나 총리가 주재하는 회의 등의 업무에 적잖은 차질이 예상돼 국정의 일정분 파행 운영은 불가피하게 됐다.
국제회의 참석과 관련한 계획에도 수정이 필요할 전망이다. 당장 이달 31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남아공에서 열리는 지속가능발전 세계정상회의에 총리가 참석할 계획이었지만 무산되게 됐다.
여기에다 후임 총리지명자의 국무회의 참석, 총리 업무 수행 등에 따른 서리제의 위헌성을 놓고 정치권의 공방도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과정이야 어찌 됐던 연이은 총리 인준 부결 사태로 인해 외국에 정국이 혼란스럽게 비춰질 가능성이 커 월드컵으로 한껏 고양된 국가 이미지의 훼손이 우려된다.
또 대선을 중립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핵심 요직인 총리직이 계속 비게 돼 연말 대선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을 지에 대한 회의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 정권의 임기가 6개월도 남지 않은 상태에서 후임 총리 인선도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때문에 김 대통령이 현행 헌법에 따라 경제부총리의 총리대행체제로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직사회의 동요도 문제다. 특히 총리실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곱절의 허탈감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국정을 원만히 운영해 오던 이한동 전 총리는 정치권 정쟁의 타깃이 돼 밀려나다시피 했고 총리 지명자들은 연이어 인준에 실패, 일이 손에 잡히지 않게 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임기 말이란 특수상황까지 가세해 정치권 줄대기ㆍ보신주의 성향 등의 각종 고질적인 구태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번 청문회를 고위공직자의 투명성과 도덕성을 제고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