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중기 "임금체계 바꾸면 안올라" 경총 "실제론 더 늘어날수도"

대법원 통상임금 판결로 4조7,166억 추가부담 과장 논란

노동계 "기업 지불 능력 없어"… 노조 조직률도 5% 불과

경총 "대부분 유사소송 제기… 기업에 매우 큰 부담 될 것"


지난달 대법원의 통상임금 확대 판결 이후 한국경영자총협회 등에서 주장하는 중소기업 추가부담액 4조7,166억원이 과장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소기업 경영 현실을 고려할 때 각 기업이 현재 정기상여금으로 책정된 금액을 통상임금으로 고스란히 반영해 임금체계를 개편할 가능성은 극히 낮기 때문이다. 아울러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중소기업 노조조직률이 5%도 안되고, 연봉제 도입 기업이 절반을 넘는 점에 비춰 노사분규 빈발 등 후폭풍 우려 역시 부풀려졌다는 비판도 함께 제기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경총과 중소기업중앙회 등은 지난 12월18일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대법원 판결로 중소기업이 총 4조7,166억원의 임금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고용노동부가 매달 집계하는 사업체노동력조사와 지난 2008년 발표한 임금제도실태조사를 토대로 근로자들의 명목임금 가운데 특별임금, 그 중 고정상여금 비중을 계산해 도입·산출한 수치다. 고용노동부의 임금제도실태조사에 따르면 당시 조사대상이 된 근로자 100인 이상의 6,723개 사업체 임금 가운데 고정상여금은 15.1%를 차지했다. 만약 경총 추산이 현실화될 경우 중소업계 전체가 대혼란에 빠질 수도 있는 규모다.

◇임금체계 개편하면 무조건 오르지 않아=상당수 중소업계 관계자들과 노동계는 경총, 중기중앙회 등이 통상임금 확대 판결에 따른 임금상승 영향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현 정기상여금 수준을 고스란히 통상임금에 반영할 기업이 거의 없을 것이란 점에서 억측이라는 시각이다. 경총과 중기중앙회 측의 추산은 경영자들의 임금체계 개편 가능성을 완전히 무시한 채 이뤄져 현실성이 없다는 것.


특히 노동계는 경총과 중기중앙회 등의 계산에 대해 "뻥튀기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는 분위기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관계자는 "경영자 측에서 주장하는 액수는 그야말로 계산기만 두드려 나온 수치로 과연 기업이 그만한 돈을 보유하고는 있다는 것인지, 근로자들에게 과연 그만큼을 지불할 수 있다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며 "통상임금 확대에 따른 추가부담액은 현 시점에서 누구도 알 수 없는데 오히려 통상임금 확대를 막기 위해 지급되지도 못할 돈까지 끌어와 액수를 부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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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조직률 5% 이하=더욱이 대기업과 달리 노동조합 결성 비율이 극히 낮은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경우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회사 사주의 입만 바라볼 수 밖에 없는 형국이다. 노조가 없는 경우 근로자들이 임금 협상력이 없음은 물론, 통상임금 확대 이슈에 대한 인식도 현격히 떨어지는 상황이다. 이들의 경우 회사 오너 마음대로 임금체계를 다시 개편하면 별다른 임금상승 효과를 누리지 못하게 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12년말 기준 우리나라 총 노동조합원 수는 178만명으로 전체의 10.3%에 그쳤다. 게다가 이들 가운데 84.7%가 대기업인 300인 이상 사업장에 몰려 있어 중소기업의 노조 결성 비율은 5%도 채 안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노조가 없는 A화장품원료기업의 한 근로자는 "노조가 없기 때문에 회장이 통상임금과 관련해 따로 언급하지 않는 한 별로 달라질 게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역시 노조가 없는 B전자소재업체 근로자 C씨도 "사측에서 통상임금이 확대돼도 특별히 바꿀 게 없다고 해 그렇게만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경총 관계자는 "노조의 반발을 고려할 때 사측 입장에서 기존에 주던 정기상여금을 축소하지 못하고 그대로 통상임금에 포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대부분의 기업이 유사 소송을 제기하고 유사 판결을 받으면 기업 입장에서는 임단협 등을 통해 기존 정기상여금을 그대로 더한 수준에서 줄 수 밖에 없어 우리는 오히려 축소된 수치라고 본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정기성이 이제 넓게 인정돼 정기상여금을 다른 방식으로 개편하려고 해도 방법이 거의 없다"며 "노조가 없는 중소기업이라 하더라도 변호사 등을 통해 소송을 얼마든지 할 수 있어 이는 기업에 매우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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