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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계 거목' 앙드레 김 별세
한국 첫 남성 패션 디자이너… 문화교류 통해 민간외교 앞장
성행경기자
앙드레 김의 패션 인생 화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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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대표하는 패션 디자이너 앙드레 김(본명 김봉남)이 12일 별세했다. 향년 75세. 앙드레 김은 12일 오후7시25분께 입원 중이던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서울대병원 측은 앙드레 김이 최근 대장암과 폐렴으로 지난달 병원에 입원해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아왔다고 전했다.
향년 75세를 일기로 유명을 달리한 패션디자이너 앙드레 김은 화려하고 낭만적인 디자인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는 등 한국 의상계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특히 그는 본업인 패션디자인뿐 아니라 독특한 옷차림과 말투로 국내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유명세를 누렸던 '국민 디자이너'였다.
1935년 경기도 고양에서 농사를 짓던 집안의 2남3녀 중 넷째로 태어난 고인은 한국전쟁 와중에 피란 갔던 부산에서 오드리 헵번 주연의 영화 '퍼니 페이스'를 본 뒤 패션디자이너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1961년 고(故) 최경자씨가 서울 명동에 설립한 국제복장학원 1기생으로 입학해 디자이너 수업을 받은 그는 이듬해 서울 반도호텔에서 첫 패션쇼를 열고 한국 최초의 남성 패션 디자이너로 데뷔했다.
이후 서울 소공동에 자신의 이름을 딴'살롱 드 앙드레'라는 의상실을 열고 본격적인 패션 디자이너의 길을 걷기 시작한 그는 1964년 당대 최고 인기배우였던 신성일과 엄앵란의 결혼식 때 엄앵란의 웨딩드레스를 디자인하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1966년 동양인으로서는 최초로 프랑스 파리에서 패션쇼를 열어 호평을 받았고 이후 여세를 몰아 미국 뉴욕에서 패션쇼를 여는 등 해외 무대에도 일찍 진출했다. 특히 그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와 이집트 피라미드 앞에서 패션쇼를 여는 등 남다른 도전정신과 열정을 지닌 디자이너이기도 했다. 이러한 패션에 대한 열정과 공로를 인정받아 1977년 패션디자이너로서는 처음으로 대한민국 문화훈장을 받았다.
고인은 패션쇼에 전문모델 외에도 김희선, 이영애, 장동건, 배용준, 김태희 등 당대 최고의 연예인들을 모델로 세우는 것으로 유명했다. '앙드레 김의 무대에 서야 최고의 스타로 인정받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의 패션쇼는 연예인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다. 이 때문에 패션계뿐 아니라 연예계도 그의 타계를 크게 애석해하고 있다.
1999년 이른바 '옷로비' 사건으로 본명이 알려지면서 세간의 희화화대상이 되는 등 굴곡을 겪기도 했지만 일흔을 넘긴 나이에도 매년 패션쇼를 여는 등 정열적인 활동을 펼쳐 '역시 앙드레 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오는 10월 중국에서 패션쇼를 열기로 하고 이를 준비하던 중 타계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유족으로는 1988년 입양한 아들 중도(30)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 혜화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호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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