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법원 판결 무시하는 시중銀

근저당 설정비 여전히 대출자에 전가<br>3년 소송끝 대법서 패소하고도 시정 안해<br>공정위 "기존 약관 계속 사용땐 행정조치"


주택담보 대출시 근저당 설정비를 대출자에게 전가시키는 것이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에도 시중은행들이 시정하지 않고 있다. 법원 판결에 불복하는 셈이다. 19일 은행연합회 등에 따르면 각 은행들은 근저당 설정 및 인지세 비용을 은행이 부담하도록 하는 내용의 공정거래위원회의 표준약관을 채택하지 않고 있다. 지난 2008년 공정위는 은행이 채권확보 차원에서 설정하는 근저당 비용을 고객에게 전가시키는 내용의 은행권 대출 약관이 부당하다고 판단하고 근저당 비용은 은행이, 인지세는 대출자와 은행이 절반씩 부담하도록 하는 내용의 대출 표준약관을 마련했다. 이에 시중은행들은 공정위 표준약관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당초 소송에서는 은행이 승소했으나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공정위의 손을 들어주며 파기 환송해 올 4월 고등법원에서 최종 판결이 나왔다. 근저당 비용을 대출자 혹은 은행 중 누가 부담하느냐에 따라 차등 대출금리를 적용하는 것은 사실상 대출자에게 비용을 전가시키는 행위라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다. 하지만 법원 판결 이후에도 대부분의 은행은 근저당 비용을 대출자가 낼 경우 대출금리를 약 0.2% 포인트 '우대'해주는 차등 대출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표현상 '우대금리'일뿐 사실상 은행의 대출원가에 포함돼야 할 근저당 비용을 따로 떼내 고객에게 차등적으로 부담시키는 것은 부당하다는 게 법원 판결 취지"라고 설명했다. 은행들은 3년간의 긴 소송 끝에 패소했는데도 여전이 대출약관 시정에 미온적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대법원에 다시 상고할 수 있는 기간이 남아 있다"며 "각 은행들의 의견을 취합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사실상 확정판결이 났음에도 은행들이 약관시정에 뭉그적거리자 18일 전시중은행과 은행연합회ㆍ금융감독원 등에 공문을 보내 표준약관 사용을 독려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존 약관을 계속 사용할 경우 시정명령 등의 행정조치를 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법무사 및 감정평가 수수료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근저당 비용을 은행이 부담하게 되면 은행들은 원가 절감을 위해 그 비용을 낮추게 될 것"이라며 "대출자들도 각 은행 간 대출금리 비교만 하면 되기 때문에 '금리쇼핑'이 더 편리해지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행정조치와는 별도로 근저당 비용 때문에 가산금리를 물은 대출자들은 개별적으로 약관무효 및 손해배상소송을 내거나 소비자보호원에 집단분쟁조정신청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편 일반적으로 1억5,000만원의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약 80만~90만원, 3억원의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약 200만원의 근저당 설정비가 소요된다. 3억원의 부동산담보대출을 받는 경우 기존에는 약 225만2천원의 근저당권 설정비를 부담했으나 표준약관에 따르면 43만5,000원만 부담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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