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남 탓만 하는 넥슨

넥슨은 매출 1조원에 육박하는 국내 게임업계 1위 업체다. 다음달에는 일본 상장도 예정돼 있다. 김정주 넥슨 회장이 등장하는 자리에는 그의 말을 듣기 위해 기자들이 몰리며 해외에서도 넥슨을 칭송하기 바쁘다. 이대로 승승장구할 듯 보였다. 이런 넥슨에 '메이플스토리' 가입자 1,32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킹에 의해 외부로 유출된 것은 분명 악재다. 늑장 신고를 했다는 비판에서부터 넥슨에 집단 소송을 하겠다는 움직임 감지되는 등 사태는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다. 다음달 일본 상장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우려도 지나쳐 보이지 않는다. 넥슨 측에서도 할 말은 많다. 우선 이용자의 연령 확인이 필수인 '셧다운제'와 '게임물 사전심의제' 때문에 개인정보를 수집해야만 한다며 볼멘소리를 한다. 특히 이용자들이 아이템 결제 등 전자상거래를 하면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밖에 없었다고 강변한다. 관련 법규 때문에 선택사항이 없었다며 읍소한다. 그럴 듯한데 불가항력적이었다는 것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넥슨이 언급하는 법규는 넥슨뿐 아니라 모든 온라인 게임 사업자에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국내법이 불합리한 구석이 있다고 하더라도 국내 1위 사업자로서 해야 할 말은 아닌 듯하다. 넉 달 전 SK커뮤니케이션즈의 해킹사태로 3,500만 이용자의 신상정보가 유출되고 두 달 전에는 개인정보보호법이 발효돼 이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상태라면 더더욱 넥슨 편을 들기 힘들다. 이번 사태의 원인은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하는 행위를 팔짱 끼고 바라보기만 한 정부와 주민번호 같은 소중한 정보를 정체불명의 해커 손에 넘기도록 방치한 넥슨에 책임이 있다. 청소년과 자녀를 둔 부모들의 눈은 모두 넥슨에 쏠렸다. 이들은 넥슨을 믿고 개인정보를 맡겼기 때문이다. 이들의 믿음을 기반으로 급성장한 넥슨은 어떤 식으로든 사건에 책임을 져야 한다. 앞으로 적어도 50~60년은 더 사용해야 할 주민번호가 사기꾼 손에 넘어간다는 사실에 치를 떨어야 하는 청소년들과 자녀를 둔 부모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린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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