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노령화 대비 본격화 할때

김한 <메리츠증권 대표이사·부회장>

오는 2020년이면 우리나라 인구의 평균 연령이 53.2세로 세계 1위가 된다는 반갑지 않은 통계가 얼마 전 발표됐다. 이미 노령화가 오랫동안 진행돼온 일본이 52.9세로 우리나라에 이어 2위를 차지한다고 하니 우리의 노령화 속도가 얼마나 빨리 진행되는지 알 수 있다. 더구나 앞으로의 금융 환경은 첫째, 경제가 효율화됨으로써 성장률이 추세적으로 둔화되고 둘째, 돈을 버는 기간은 평균 정년이 60세에서 55세로 줄어들어 30년에서 25년으로 단축되는 데 비해 소비하는 기간은 평균 수명의 연장으로 10년에서 30년으로 늘어나 25년 벌어 30년을 생활해야 하는 사회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기조적인 초저금리시대의 도래로 실질 금리가 마이너스가 돼 은행예금으로는 재산을 지키기조차 불가능하게 됐다. 이처럼 살아가야 할 기간은 길어지는데 축척해놓은 자산의 이자는 줄어드는 어려운 환경을 적응하기가 만만치 않으리라 생각된다. 위의 세 가지 이유로 개인의 금융자산은 저축의 개념에서 투자의 개념으로 바뀌어가고 있고 개인의 단순한 재테크나 보험만으로는 미래를 보장하기가 힘들어졌다. 이러한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보장제도의 하나로 우리나라에도 퇴직연금제도가 12월이면 도입될 전망이다. 퇴직연금제도는 기존의 강제된 국민연금과 개인의 선택적인 개인연금의 중간 단계로 현재의 퇴직금제도를 정년 때까지 강제하는 제도다. 이런 퇴직연금제도가 본격적으로 도입됨으로써 열악한 우리의 노후보장 여건에 제도적 장치가 하나 더 마련되게 됐다. 아직은 생소한 퇴직연금제도에 대해서 도입 배경과 해외의 사례, 그리고 도입 이후의 변화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도입 배경을 살펴보자. 선진국의 경우 노후보장을 위해 연금에 의해 보장되는 적정 수준이 필요자금의 약 60~70% 수준에 이른다. 우리나라에서 대략적으로 직장을 다니는 기간을 30년 정도 잡으면 45% 정도의 소득대체를 가지게 된다. 그러나 노동시장의 진입시기가 상대적으로 늦고 정년이 짧은 점을 감안하면 가입기간은 20년 정도로 잡는 것이 타당해보인다. 그렇다면 국민연금에 의해 정년 후 비용에 충당되는 비율은 30% 수준으로 낮아지게 된다. 나머지는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을 통해 30% 이상을 추가적으로 확보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처럼 노후를 위한 최저소득보장성격의 국민연금을 보완해 적정 수준의 노후생활을 보장하는 기업연금으로서의 퇴직연금의 도입은 절실한 필요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단층보장체계로는 부족한 노후 설계를 다층으로 보장함으로써 불확실한 미래를 좀더 대비하고자 하는 것이 퇴직연금의 등장 배경이다. 얼마 전 일본과 미국을 다녀올 기회가 있었는데 이미 선진국과 남미의 경우 오랜 퇴직연금 운용의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 미국은 연금제도가 공적연금과 사적연금으로 구분돼 있고 공적연금의 경우는 근로자의 가입률은 95%에 이르고 사적연금의 경우도 가입률이 46%를 넘어섰다. 이러한 높은 가입률에는 연금제도에 대해 정부의 적극적인 홍보와 운용협회의 광고 등이 뒷받침됐다. 이에 따라 미국 증시 또한 사상 유례없는 호황을 구가한 바 있다. 게다가 기업연금의 운용을 위한 자산배분도 주식과 채권 등 투자상품에 대한 비중이 50%를 넘어서고 있어 예금 등 안정성을 선호하는 일본 등과 구분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지난 2001년도에 신기업연금제도를 도입한 일본의 경우 전체 퇴직금 수탁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 남짓해 아직은 후생연금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그러나 일본 또한 2012년부터는 신 기업연금으로 편입될 전망이어서 퇴직연금제도는 전세계적인 추세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결국 퇴직연금제도는 근로자에게는 기존 퇴직금제도와 달리 법정 정년인 만 55세까지 강제됨으로써 노후보장장치가 마련되는 측면이 있고 자본시장 측면에서도 수요기반이 확충됨으로써 안정적인 시장 흐름이 가능하게 된다. 무엇보다 자산증식의 복리 효과를 바라고 멀리 투자함으로써 장기투자의 풍토가 정착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예금의 시대에서 본격적인 투자의 시대를 여는 기폭제의 역할을 담당하리라 생각된다. 국가의 사회보장제도 보완, 개인의 노후보장장치 마련, 자본시장의 효율화라는 세마리 토끼를 잡기위해 당국의 치밀한 제도적인 접근과 업계의 과열경쟁보다는 신중하고도 빈틈없는 준비가 요구된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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