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칼럼/12월 27일] 성장, 복지, 일자리 선순환을 기대하며

새해에는 우리 경제의 성장과 복지ㆍ일자리가 삼위일체해 상호보완적으로 발전해나가야 하겠다. 20세기 말까지만 해도 성장을 하면 일자리가 저절로 생겼기 때문에 굳이 둘을 따로 얘기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선진국은 물론이고 한국 같은 선발 신흥국가에서도 고용 없는 성장이 구조적으로 고착되고 있는 작금의 현실을 감안하면 고용 있는 성장을 이루는 것이야말로 국민 생활과 직결된 가장 시급한 과제다. 성장과 복지는 원래 상호대립적인 관계였다. 파이가 커지기도 전에 나눠버리면 결국 파이 자체가 작아져 나누는 몫도 작아진다는 인식은 오랫동안 우리의 사고를 지배해왔다. 유럽의 진보적 정당들이 복지국가를 내걸고 보편적 복지를 시행하다가 복지병으로 글로벌경쟁력 약화를 초래했기 때문에 복지와 성장의 선순환을 실현하는 데는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나라당은 친서민정책으로 선회한 지금도 여전히 재정부담능력을 고려한 선택적 복지를 내세우고 있다. 진보정당은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지만 필요한 재원조달을 위한 증세가 성장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서는 시원한 해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사회보장기본법 전부개정에 대한 공청회를 주최하면서 보편적 복지와 선택적 복지를 아우르는 한국형 복지의 필요성과 방향을 제시했다. 이를 계기로 앞으로 복지논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정부시절에는 성장이냐, 복지냐가 쟁점이었으나 앞으로는 여야를 막론하고 복지증대를 외치면서 그 범위와 방법에 대한 논쟁으로 전선이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성장과 일자리 문제가 주변으로 밀려날 위험성이 있다. 우리는 바로 이점을 경계해야 한다. 성장ㆍ복지ㆍ일자리의 선순환을 이루기 위해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다. 일자리는 복지의 근간이다. 일자리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키고 삶의 질을 유지하는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다. 뿐만 아니라 실업이 늘면 복지 수요증대에 따른 재정부담을 감당할 수 없게 된다. 일자리 창출의 원천은 성장이다. 경제 성장의 뒷받침 없이 정부예산으로 만들어내는 공공근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그러므로 잠재성장률을 높이되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도록 성장의 내용을 바꿔야 한다. 창업, 중소기업, 부품산업과 서비스산업등 우리 경제의 취약한 구조를 해소하면서 고용 효과도 큰 부문을 키워 나가야 한다. 일자리가 늘어나면 소비가 늘어나서 성장을 끌어올릴 뿐만 아니라 내수확대를 통해 현재 지나치게 높은 수출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또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비정규직과 중소기업 근로자의 열악한 처우와 근로조건을 개선하는 것과 맞물려 있고 이는 정규직들과 대기업 측의 상생노력을 필요로 한다. 복지를 성장과 동등한 반열에 올려 놓을 수밖에 없는 것은 세계화와 급격한 기술변화, 저출산ㆍ고령화라는 경제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라 개개인이 살아가면서 부닥치는 실업과 질병 등의 위험의 빈도가 늘어나고 예측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양극화의 진전에 따라 근로빈곤층ㆍ노인빈곤층ㆍ여성가장빈곤층 등이 증가하고 있다. 복지지출의 증대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명제라면 관건은 복지와 일자리ㆍ성장의 관계를 보완적으로 바꿔나가는 것이다. 복지를 통해 사회갈등을 줄이고 사회통합을 이룩하면 사회구성원 간의 신뢰가 늘어나고 이는 곧바로 생산성과 효율의 향상을 통해 경제성장에 이바지한다. 복지와 성장의 새로운 연결고리는 현금지급 이외에 사회적 서비스의 제공을 늘리는 것이다. 출산ㆍ육아ㆍ교육ㆍ재취업교육ㆍ의료ㆍ노후생활 등 생애의 전주기에 걸쳐 발생하는 복지수요를 전문적인 서비스의 공급으로 충족하면 수많은 좋은 일자리가 생겨나게 된다. 새해에는 성장ㆍ복지ㆍ일자리의 선순환을 이룩하기 위한 실천가능한 방법을 놓고 이념과 정치적 이해를 초월하는 생산적 논의가 본격화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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