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6자회담의 전략적 의미

지난 2005년 9·19 공동성명 발표 이후 지지부진했던 6자회담이 예상보다 포괄적이며 진일보한 형태로 합의를 이루고 종료됐다. 합의 내용의 가장 큰 핵심은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쇄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복귀등 비핵화조치를 취하는 데 대해 관련국들이 이에 상응하는 중유 100만톤 상당의 에너지 지원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합의가 단순 동결이 아닌 비핵화조치를 목표로 에너지 지원을 회담 참여국들이 균등분담한다는 점과 실무그룹의 구성, 단계적 목표와 이행조치의 마련이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과거 미·북 양자간 쌍무적 외교합의였던 제네바합의보다는 진전된 형태의 합의임에는 틀림없다. 물론 아직도 북한 핵 문제는 핵 폐쇄(shut down) 단계에서 불능화(disablement)단계, 나아가 폐기(dismantle) 단계까지 많은 어려움과 난항이 예상되고 있으며 이 문제와 관련 참가국들의 상이한 입장과 첨예한 이해관계까지 고려한다면 결코 낙관적일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번 합의 내용이 보여주듯이 이번 6자회담의 타결은 타결 시작 자체로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전략적 의미를 갖고 있다. 우선 북한의 핵 개발이라는 국가 위기 상황에서 6자회담은 매우 중요한 위기 관리(Crisis Management)의 수단이었다. 한·중·일·러등과 인접한 북한의 지정학적 위치, 정권의 폐쇄성으로 인한 정보력의 한계 등은 대북 봉쇄나 제한 공습과 같은 물리적 옵션을 행사하는데도 결정적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핵 문제는 미국과의 직접적 문제' 라는 북한의 고집적인 태도로 우리에게는 문제 해결을 위한 '기회의 창(opportunitywindow)' 자체가 닫혀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6자회담은 평화적 해결을 위한 모멘텀을 유지하는 가운데 북한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최소한의 채널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위기 협상의 대화 창구' 라 할 수 있다. 또한 6자회담이미·일·중·러등 주변 4강과의 협의체라는 점에서 그 전략적 가치도 찾을수있다. 보통국가론을 외치며 재무장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일본, 미국과 필적할 패권국가로 부상하며 공공연히지역패권을 의식하고 있는 중국, 푸틴의 리더십 아래 엄청난 천연자원을 바탕으로 "옛 영광의 부활" 을 꿈꾸는 러시아. 이들 모두가 통일 문제를 비롯한 우리미래의 문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핵심 플레이어들이다. 따라서 이들 모두와의 외교적 접촉면을 지속적으로 넓혀가면서 한반도 평화 문제의 틀을 조성해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6자회담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전략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물론 이번 합의가 북핵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담보한다고 볼 수 없다. 과거의 용도폐기된 제네바협정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앞으로도 수많은 난관과 어려움이기다리고 있음은 자명하다. 북한의 기존 핵 처리 문제와 고농축 프로그램 문제등 많은 어려움과 난항이 예상되며 북한의 과거 행태와 미국의 태도 여하에 따라 이것이 국면 회피를 위한 일시적 봉합 형태의 합의로 전락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6자회담은 여전히 우리에게 북한 핵 문제와 한반도 평화 구축의 효과적인 대안일 될 수 있음이 증명됐다. 이제 공은 북한과 미국에게 넘어갔다. 북한이 진정으로 비핵화 의지와 행동을 보여줄 때만 모든 문제의 해결이 가능하다. 만일북한이 그 이유가 무엇이든 또다 시 선의의 외교적 합의를 무시한다면 그미래는 누구도 장담할수없을것이다. 우리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이번 회담에서 매우중요한 중재자 역할을 한것으로 알려진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앞으로도 비핵화를 위한 북한의 성실한 행동을 유도하는 한편 참가국간의 가교 역할을 적극적으로수행함으로써 북핵사태라는 위기를 통해 우리의 국가 안보와 외교력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기회로 활용하는 창의적이고 적극적 자세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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