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신 사람이 승용차 안에 히터를 켜고 자다가 사이드 브레이크가 풀려 다른 차를 들이받았다면 음주운전일까 아닐까.
법원은 음주운전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회사원 정모(36)씨는 지난해 3월 술을 마신 뒤 귀가하기 위해 대리운전 기사를 불렀지만 자신의 집인 경기도 용인시 수지까지 가기에는 요금이 부담스러워 서울 사당동에 있는 어머니의 집 앞까지만 데려다 달라고 했다.
새벽 4시께 운전기사가 사당동까지 운전하고 떠난 뒤에도 정씨는 계속 차 안에있었고 경사로에서 사이드 브레이크가 풀리면서 정씨의 차가 뒤로 밀려 뒤에 있던 승용차를 들이받았다. 마침 근처를 지나던 행인이 경찰에 신고해 정씨는 음주운전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정씨가 불과 500m 떨어진 어머니 집에 곧장 가지 않고 차에서 잠을 자려 했다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며 "정씨가 운전하려다 뒤차와 충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2일 "차 안에 있는 사람의 의지나 관여 없이 차가 움직인 경우는 `운전'이 아니며 자동차를 움직일 의도 없이 시동을 걸었는데 실수로 차가 움직인 경우도 `운전'이 아니다"며 정씨에게 음주운전 혐의 무죄를 확정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