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5월 13일] 실정맞는 손실분담제 유도를

위기 관련 금융감독 체제의 개편 논의 중 최근 가장 주목 받는 것은 손실분담 사안이다. 미국 및 유럽국가들은 금융기관에 다양한 형태의 '부담금부과(levy)'를 통해 정리기금(resolution fund)을 적립하고 금융기관이 부실화하거나 금융위기가 발생할 때 이를 사용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 같은 방안은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 주요 의제로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건부자본, G20 주요의제 예상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가 중심이 돼 금융회사의 건전성규제 강화방안으로 추진하고 있는 조건부자본(contingent capital)도 금융 손실분담 방안의 일환이다. 조건부자본과 관련된 최초의 논의는 역전환채권(reverse convertible debenture)에서 시작됐다. 역전환채권은 금융회사 주식의 시장가격을 이용해 산정된 시장 자기자본비율이 사전적으로 정해진 일정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자동적으로 채권이 자본금으로 전환되는 구조를 갖는 채권을 말한다. 역전환채권의 주식전환은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확보하는 측면뿐만 아니라 손실분담의 의미를 내포하게 된다. 즉 채권보유자들이 부실화된 금융회사의 손실을 분담하게 된다는 의미에서 시장규율에 따른 감독강화의 의미도 갖게 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이후 역전환채권과 유사한 조건부자본을 통한 금융시장 참가자의 손실분담 방안들이 다양하게 제시됐다. 조건부자본은 이론적으로는 장점이 많은 제도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조건부자본금을 적절히 디자인해 금융시장에서 부작용 없이 많은 수요자가 선호할 수 있도록 발행하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조건부자본의 설계에서 가장 고민이 되는 부분은 전환요건의 기반이 되는 안정적이고 관찰 가능한 시장지수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예들 들어 해당 금융회사의 주가,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 등은 투자자 및 금융회사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 및 역선택 문제 등의 부작용을 유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최근 BCBS를 중심으로 조건부자본을 '공적자금의 투입'이라는 사건(event)에 기반한 전환조건에 따라 재정의하려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즉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보통주를 제외한 후순위채, 하이브리드 채권 등 다양한 보완자본을 보통주로 전환해 손실을 분담하는 구조로 발행하도록 의무화하겠다는 것이다. 공적자금의 투입이라는 사건으로 전환요건을 설정하는 것은 장단점이 있다. 시장참가자 및 금융회사 경영진의 도덕적 위해 및 역선택 문제는 감소할 수 있는 반면 감독당국의 권한남용 또는 규제적 유예(regulatory forbearance)를 유발할 우려가 있다. 예를 들어 해당 금융회사가 다소의 부실징후가 보일 경우에 감독당국은 소액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전환요건을 발동시켜 다양한 보완자본의 보유자들이 손실을 분담하도록 할 유인도 발생한다. 결국 감독당국을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유인부합적(incentive compatible) 체제로 고안할 필요가 있다. 투자자계층 다양화가 성패 좌우 또 조건부자본에 대한 충분한 투자자 계층이 있을지 여부도 문제다. 실제로 글로벌 위기 이후에 조건부자본은 이미 한차례 발행된 적이 있는데 지난 2009년 말 영국의 로이드은행그룹이 위기극복 과정에서 기존의 후순위채를 조건부자본의 형태로 70억파운드를 대체 발행했다. 그러나 나라마다 투자자 계층 측면에서 자본시장의 심도(market depth)는 차이가 크다. 투자자 계층이 다양화하지 못한 국가의 경우 조건부 자본을 시장에서 소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시장소화가 어려울수록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비용부담이 가중되므로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결국 조건부자본과 관련해 우리 금융실정에 맞는 제도 설계가 이뤄지도록 국제적 논의를 유도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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