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조세수입이 내년에도 적자를 면치 못할 판이다. 이렇게 되면 4년 연속이다. 국회 예산정책처 등의 최근 자료로 볼 때 정부가 제시한 내년 국세수입 예상치 221조5,000억원은 현시점에서 실현 불가능한 것임이 분명해 보인다. 세수 결손액도 2012년 2조8,000억원, 2013년 8조5,000억원에서 올해 10조7,000억원(국회 예산정책처 추산)으로 점점 커지는 추세다. 내년 세수 결손 크기는 가늠하기조차 쉽지 않다. 예년과 달리 기업 실적이 급전직하하고 있기 때문이다. 3·4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43.5% 줄어든 4조600억원에 그쳤고 현대중공업은 1조9,34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한국은행이 주요기업 1,700여곳을 조사해보니 올 상반기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기간 대비 0.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통계도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법인세를 올리자고 아우성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2015년 예산안 심사방안'에서 법인세율을 2~3%포인트 올릴 것을 주장했다. 2008년 법인세율 인하 이전 수준으로 돌리면 한해 9조원가량 세수를 추가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야당의 판단인 듯하다. 이런 생각을 거드는 여당 의원도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정희수 새누리당 의원은 "고통분담과 세수확보 차원에서 3~4년간 한시적으로라도 최고구간 법인세를 1~2%포인트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인세 상향 조정이 세수확대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실적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법인세율을 올리면 투자와 일자리 축소에 따른 실적악화를 유발해 되레 세수가 줄어들 가능성이 더 크다.
재정건전성 확보와 복지확충을 위해 세수를 늘리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법인세만큼은 성장지향의 관점에서 방향을 잡을 필요가 있다. 아일랜드가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거센 압력에도 불구하고 유럽 최저 수준인 12.5%의 법인세율을 고집하는 것 또한 국가 경제의 성장을 중심에 둔 판단임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