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심층진단] 돈놀이 탈피 '진정한 벤처' 많이 나와야

[심층진단] 돈놀이 탈피 '진정한 벤처' 많이 나와야 “코스닥시장은 언제쯤 뜰까요. 주식이 빨리 떠야 ‘한밑천’ 잡을 수 있는데 …” 상당수 벤처기업 경영자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화제다. 이들은 기업을 생산과 판매, 종업원 고용의 개념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기업을 돈부풀리기 수단으로 생각할 뿐이다. 코스닥시장에 등록시켜 한번 튀기고 빠지겠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 사이에선 “한국에 진정한 벤처는 없다”는 불신감이 커지고 있고, 정현준 파문은 이를 더욱 확산시키고 있다. 한때나마 새벽까지 꺼지지 않는 테헤란로의 불빛에 신뢰감을 보였던 국민들은 이제 더 이상 벤처를 믿지않으며, 이같은 불신으로 기업경영에 전념하고 있는 진정한 벤처들도 도매금으로 비난받고 있다. ◇부도덕한 벤처기업인들=정현준사건은 벤처기업 경영자들의 부도덕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주가를 띄우기 위해 감독원에 뇌물을 주고, 금융기관과도 결탁했다. 하지만 이는 그동안 수면 아래 있었던 사건이 외부로 드러났을 뿐이다. 이같은 유형의 부도덕 행위들이 코스닥 기업에는 상당수 있다는 것이 시장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최근 코스닥의 세종하이테크와 테라 등 벤처기업의 대표들이 검찰에 구속됐다. 작전세력과 연계해 주가를 조작했기 때문이다. 코스닥 등록을 꿈꾸는 장외나 3시장에서도 이런 일들은 성행하고 있다. 최근 영업정지에 들어간 제3시장 기업인 넷티브이코리아는 투자자를 끌어모은 뒤 이를 사적으로 유용했다. 기업주가 상당액의 자금을 갖고 잠적해 투자자들이 큰 손해를 입었다. 또 공모사기나, 주주들 몰래 지분을 팔아치우는 대주주들의 사례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올들어 주가조작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사례가 34개기업, 35건이라고 밝혔지만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밝혀지지 않은 주가조작은 수백건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확산되는 벤처불신풍조=코스닥을 떠나려는 투자자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미국 나스닥지수가 꺼진 탓도 있지만 코스닥등록 벤처기업에 대한 불신이 이를 부채질하고 있다. 코스닥 등록기업에 투자했다 정현준파문과 같은 사건이 다시 발생하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이제 어느 것이 진짜 벤처기업인지 헷갈리는 차원을 넘어 아예 ‘벤처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벤처 위상정립ㆍ환경조성 시급=전문가들은 짧은 기간에 급성장한 우리나라의 벤처산업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그 토양이 취약하고, 경영자들에게는 ‘벤처정신’이 부족하다는 사실에 비판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인터넷 생명공학 등 첨단기술분야의 사업을 한다는 것만으로 벤처기업이 아니고, 말그대로 모험적인 정신으로 사업에 승부를 거는 기업이야말로 진정한 벤처라는 것이다. 금융벤처기업의 한 임원은 “사업으로 승부하려는 벤처사업가가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위험자본시장(Risk Capital Market)이나 벤처캐피탈산업 등 벤처기업이 자금을 원활히 조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은민기자 입력시간 2000/10/29 19:24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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