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진정한 소통에 대하여

홍병의 시슬코리아 대표이사


미슐랭 3스타의 정찬도 불편한 사람과 먹으면 맛이 없다. 신 김치에 라면 한 그릇을 먹어도 어릴 적 친구와 함께하면 꿀맛이다. 말없이 먹기만 해도 눈빛으로 마음으로 서로 통하기 때문이다. 이 보편적 진리를 요즘 더 절실히 느끼며 산다. 한 회사에서 20년 가까이 일하다 보면 일터가 집 같고 집이 일터 같고 오래된 직원이나 고객도 정말 다 가족같이 느껴지게 된다. 그리고 그 마음은 시간이 갈수록 더해간다. 엊그제 있었던 작은 음악회에서 그러한 마음이 또 한번 동했다.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신인 음악가들의 작은 음악회가 한 악기회사의 후원으로 매월 열린다. 어리고 무대 경험이 많지 않은 신인 음악가들에게 공연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기획됐다는 취지도 마음에 들었고 친근한 금난새 선생이 음악 사이사이 설명을 곁들여주는 것도 좋았다. 무엇보다 연주자와 가까운 거리에서 생생한 연주를 듣고 그들의 작은 움직임에까지 집중할 수 있어 어떠한 음악회보다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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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얼마 전 시슬리 가족을 위한 작은 음악회가 열렸다. 이른 아침부터 이어진 업무로 가기 직전까지 머리 아프고 피곤한 월요일이었지만 공연장에 들어서는 순간 설레기 시작했다. '수입 화장품' 하면 으레 떠올리는 '럭셔리' 콘셉트의 값비싼 공연이 아님에도 기쁜 마음으로 찾아주신 고마운 고객이 있었고 직원들 또한 웃음으로 반겼다. 음악을 전공하는 어린 딸과 함께 온 고객, 클래식을 좋아하는 연세 지긋한 부부 등 한 분 한 분과 가까이서 인사를 나눈 것도 좋았고 고객과 오랜 시간 가족 같은 친분을 유지해온 판매사원들까지 시슬리라는 공통분모로 작은 홀에서 함께 호흡하고 한마음이 돼 듣는 클래식 선율은 더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한 곡 한 곡 시작할 때 들려주는 해설자의 이야기에 같이 웃고 아직 무르익지 않은 음악가의 열정을 느끼며 작은 공간에서 직원과 고객과 모두 서로의 마음이 진정으로 소통되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

기업을 운영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고객과의 소통이다. 그래서 고객과 대화도 나누고 여러 가지 채널을 통해 고객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소통'이나 '커뮤니케이션'이라는 표현을 접하면 대체로 직접적인 대화를 떠올리게 되지만 이 연주회처럼 '말'을 넘어 함께 감동하고 공감대를 이루는 진정한 소통의 시간을 갖는 것도 의미가 크다. 굳이 말이 필요하지 않아도 되는 관계, 표정만 봐도 전해오는 뜻.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커뮤니케이션이 아닐까.

공감대를 나누는 소통의 자리를 자주 마련해보려 한다. 기업의 일방적인 소리를 전하는 것이 아니라 후원도 하고 깊은 감동을 나누며 하나 되는 진정한 소통의 자리를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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