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7월 25일] '피크오일'시대

차라리 3차 오일쇼크라면 좋겠다. 쇼크라는 말이 짧은 시간 동안 강한 자극에 의한 충격이라는 사전적 의미로 본다면 오늘날의 고유가 상황도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다시 안정될 수 있다고 기대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렇지만 유가 상승의 근본적인 원인을 들여다보면 그렇게 쇼크라고만 넘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유가도 결국은 수급관계에 의한 시장논리를 적용 받게 되는데 일찍이 미국의 지질학자 킹 허버트 박사는 피크오일을 경고했다. 언젠가는 석유의 소비량이 생산량을 웃돌고 그 이후에는 수요량에 대한 생산량의 비율이 급격히 낮아질 것이라는 개념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피크오일이 오는 2015년 정도에 도래할 것이라 하지만 다른 일부에서는 이미 피크오일이 도래됐다는 얘기도 있다. 새로운 유전자원이 발굴되고 채유 기술이 개발돼 어느 정도의 완충 효과를 기대할 수는 있겠지만 석유는 분명히 부존자원이다. 다시 말해 석유가 값싸고 풍부하게 우리에게 혜택을 주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이제 새로운 에너지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한 시대의 문명에 중심이었던 검은 액체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자원, 지속 가능한 자원. 그것을 석유의 생성원리에서 찾아보기로 하자. 석유는 지각변동으로 지상의 바이오매스가 지각 속에 묻힌 후 수백~수천만년의 오랜 기간 지열과 지압을 받아 분해된 액체 탄화수소(탄소와 수소의 화합물)다. 그러니까 더 큰 에너지를 공급해 바이오매스를 분해해준다면 그러한 액체 탄화수소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해 바이오에너지와 석유는 태생이 같은 사촌관계라고 볼 수 있다. 화학적인 논리를 적용한다면 바이오에너지를 얻기 위해 공급해줘야 할 에너지는 그렇게 얻어진 바이오에너지 고유의 에너지보다 훨씬 커야 되기 때문에 분명히 수지는 맞지 않는다. 오늘날 바이오에너지의 궁극적인 개발 목표는 바로 이 에너지 차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그러한 전략에는 바이오매스 자원의 개발 및 확보, 촉매나 효소를 이용한 바이오매스 성분 분별, 미생물에 의한 바이오에너지 생산, 부산물의 고부가가치화 등 에너지 차이를 줄일 수 있는, 즉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모든 정책이나 기술의 개발들을 포함한다. 또한 바이오에너지는 그 생성원리에 따라 식량이나 사료와의 수급경쟁을 갖게 된다. 얼마 전 선진 8개국(G8) 정상회담에서 언급된 비식용 작물로부터의 바이오에너지 생산에 대한 개발 정책도 그 같은 이유다. 여기서 비식용 작물이라고 하는 것은 옥수수가 아닌 옥수수 줄기, 유채유가 아닌 유채대, 그리고 폐목재 등 다양한 농ㆍ임산물의 부산물, 즉 섬유소계 바이오매스를 일컫는 말이다. 식용과 비식용 작물의 차이는 결국 소화도(digestibility) 문제인데 마치 사람이 소화시킬 수 없는 볏짚을 소와 같은 반추위를 가진 동물들이 소화를 시켜 당분을 얻어 에너지로 이용하고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러니까 반추위보다 더 강력한 소화력을 가질 수 있는 새로운 장치 또는 공정의 개발이 바로 바이오에너지 기술의 핵심이 될 수 있다. 세계는 지금 바이오에너지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최근 선진국에서는 섬유소계 바이오에너지의 생산이 시작됐거나 생산용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그들 국가는 자국의 바이오에너지 핵심 기술들이 외부에 유출되지 못하도록 철저히 보안 관리를 하고 있다. 그만큼 개발 기술의 부가가치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바이오에너지의 개발은 피할 수 없는 대세다. 우리나라는 지형이나 기후에서 상대적으로 열악해 바이오에너지 개발을 위해서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극복해야 할 문제가 많이 산적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저력이 있다. 원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가 석유강국이 됐던 것처럼 다시 한번 우리의 저력을 발휘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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