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사자성어로 풀어본 주요 그룹 새해 전략



‘주마가편(走馬加鞭)’ ‘장풍파랑(長風破浪)’ ‘교병필패(驕兵必敗)’ …. 주요 그룹들은 지난해에 이어 새해에도 공격경영을 담은 사자성어를 가슴에 품고 글로벌 시장 공략과 신사업 강화에 적극 나선다. 이를 반영해 재계에서는 올해 산업계의 방향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사자성어로 주마가편을 꼽는 분위기다. 비슷한 의미의 장풍파랑, 건곤일척(乾坤一擲) 등도 공격경영에 나서는 기업들의 각오를 잘 보여주는 사자성어로 회자되고 있다. 이와 달리 영업이익 17조원을 올린 삼성전자는 자만을 경계하는 교병필패를 여전히 마음속에 새기는 모습이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그룹 임직원들은 새해 경영 화두를 응축한 사자성어를 찾아보며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있다. 기업 안팎에서 나오고 있는 사자성어를 살펴 보면 신사업 육성과 해외 시장 확대 등을 중시한 공격경영을 강조하는 문구가 대세다. 반면 자만하지 말고 내실을 기하자는 경계성 구호도 눈에 띈다.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하며 글로벌 5위 자동차회사로 확고히 자리매김한 현대차 그룹에서는 올해 경영방침과 일맥상통하는 사자성어로 주마가편을 꼽고 있다. ‘달리는 말에 채찍을 더한다’는 뜻으로 힘차게 달리는 기세를 더욱 북돋워 최선두에 나서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일관제철소를 착공하며 해외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 포스코는 큰 포부를 담은 ‘장풍파랑’을 마음속에 새겼다. 장풍파랑이란 ‘멀리 불어가는 대풍을 타고 끝없는 바다 저쪽으로 배를 달린다’는 뜻으로 대업을 이룬다는 의미다. 글로벌 생산기지 구축과 더불어 해외 자원 확보에도 적극 나서 대양 저편까지 위업을 달성하겠다는 포스코의 야심이 잘 담겨 있다. 동국제강은 ‘쇠공이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의미의 철저마침(鐵杵磨鍼)을 신년 사자성어로 정했다. 공격경영을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투지가 느껴진다. 후판 원료(슬래브) 확보를 위해 올해 착공할 예정인 브라질 제철소 프로젝트를 염두에 둔 다짐이다. STX그룹 임직원들은 ‘돛이 뒤에서 부는 바람을 받아 배가 잘 달리는 모양’의 ‘순풍만범’(順風滿帆)을 가슴속에 담고 있다. 이 말에는 그동안 인수합병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키워온 STX그룹이 앞으로 경기회복과 함께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해야 한다는 바람이 들어 있다. 이와 달리 이미 글로벌 선두기업으로 우뚝 선 삼성은 지난해 3월 내건 ‘교병필패’를 여전히 되뇌고 있다. ‘능력만 믿고 자만하는 병사가 있는 군대는 반드시 패한다’는 뜻으로 최근 삼성전자 실적의 고공행진 등 전체적으로 그룹이 호조세에 있는 분위기에서 교만을 삼가자는 신중함이 담겨 있다. 앞서 삼성은 지난달 초 직원들 간 의사소통 창구인 마이싱글에 ‘불광불급(不狂不及)’ ‘우보만리(牛步萬里)’ ‘성동격서(聲東擊西)’라는 3개의 사자성어를 올리고 “젊은 삼성인이여! 미치고, 인내하고, 고민하라”는 설명을 달았다. ‘우보만리’는 ‘우직한 소의 걸음이 만리를 간다’, ‘성동격서’는 ‘동쪽에서 소리를 지르고 서쪽을 공격한다’, 신조어인 ‘불광불급’은 “미치지 않고서는 이룰 수 없다”는 뜻이다. 이 가운데 우보만리는 꾸준한 노력을, 성동격서는 허를 찌르는 혁신적 사고를 상징한다. LG는 새해를 맞아 사내 인트라넷인 ‘LGIN’에서 임직원을 상대로 새해 사자성어를 조사했다. 힘든 한 해를 보냈던 LG전자는 ‘마음먹은 일을 이루기 위해 온갖 어려움과 괴로움을 참고 견딘다’는 와신상담(臥薪嘗膽)을 택했다. 스마트폰 부진을 극복하고 새 사령탑인 구본준 부회장을 중심으로 재도약의 기회를 반드시 만들어내겠다는 각오다. 창사 이래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LG화학은 ‘파죽지세(破竹之勢)’로 거침없는 자신감을 보였다. 통신 3사가 합병해 출범한 LG유플러스는 ‘환골탈태(換骨奪胎)’, LG디스플레이는 ‘일취월장(日就月將)’으로 각각 질적 변화와 빠른 성장을 기원했다. 한편 지난해 ‘바람을 타고 파도를 헤쳐나간다’는 ‘승풍파랑(乘風破浪)’을 외쳤던 현대그룹은 지난달 현대건설 인수전에서 예상하지 못한 암초를 만나 아직 새해 경영전략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자신을 이겨내고 항상 나아간다’는 ‘극기상진(克己常進)’을 천명했던 한화그룹도 또 한번의 검찰 수사 앞에서 그룹 전열을 제대로 정비하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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