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주민등록증이 전면 폐지되고 전자주민카드로 교체된다. 전자주민카드 도입을 골자로하는 주민등록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데 따른 것이다. 내년말께부터 점차적으로 시행에 들어갈 이 제도를 놓고 일부 시민단체와 종교계가 강력반발, 주목을 끌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이 제도가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에서다.전자주민카드는 신용카드 모양의 플라스틱 집적회로(IC)에 개인에 관한 각종 정보를 내장하도록 되어있다. 당초에는 카드 앞면에 이름과 주민등록 사진이 표시되고 뒷면에는 운전면허와 의료보험사항·지문이 기재될 예정이었다. 또 IC에는 주민등록, 운전면허, 의료보험, 국민연금, 인감, 지문, 발급기관장 등 모두 7개분야 35개 항목이 들어가도록 돼 있었다. 그러던 것이 국회심의 과정에서 의료·운전·국민연금 등이 빠졌다. 시민·종교단체의 반대와 개인의 정보가 하나의 칩으로 통합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인식한 때문이다.
전자주민카드가 도입되면 민원서류 발급 등의 행정업무가 신속 간편해 지는 것은 틀림없다. 우선 연간 1억7천만통에 달하는 주민등록 등·초본이나 인감증명 등 각종 증명서의 발급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초고속 통신망이 구축된 무인발급기에서는 각종 증명서 발급도 용이해진다. 전자주민카드는 용도에 따라 열람항목이 제한된다. 공공기관이나 은행의 단말기는 주민등록과 인감 사항만 볼 수 있게 돼있다.
이같은 장점에도 불구, 자칫 사생활이 침해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반대의 목소리에도 공감이 간다. 주민등록증 제도가 없는 선진국에서는 신원확인을 의료보험이나 사회보험, 또는 운전면허증으로 대신하고 있다. 최근들어 이를 IC카드로 통합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우리처럼 개인에 관한 모든 정보를 수록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전자주민카드의 열람을 법적으로 제한하고 각종 보안장치를 마련할 예정이다. 그러나 열람기술 개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정부는 행정편의를 위해 전자주민카드에 더 이상의 정보를 모으려고 해서는 안된다. 통합된 국가정보는 적에게도 활용당하기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