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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엑스바이엑스'의 직원들은 일주일에 월·수·금요일 사흘만 출근하고 화·목요일엔 재택근무를 한다. 주간 의무 근무시간은 30시간에 불과하다. 이는 보통의 스타트업 기업 근무시간(40~50시간)에 비해 10~20시간 적다. 근무시간도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로 일반 직장에 비해 아침 출근 시간에 한결 여유가 있다. 파격적인 근무 조건 때문인지 얼마 전 2명의 직원을 구하는데 120명이 몰리기도 했다. 구인난을 겪는 다른 소규모 스타트업과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박상진(22·사진) 엑스바이엑스 대표는 21일 서울 개포동에 있는 중소기업청 협력사 오피스허브 벤처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신문 취재진과 만나 "많은 스타트업 기업들이 있지만 조직 경영이나 기업 문화는 관습에 젖어 있는 곳이 많다"며 "우리 회사는 '재미와 자유'라는 기업 문화 모토에 맞게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혁신적 조직관리를 통한 자유로운 기업문화를 추구한다. 그는 서울대 경영학과 입학 후 조직 관리론과 기업 경영론에 흥미를 느꼈다. 최신 조직 관리 기법과 기업인 철학에 관한 외국 서적까지 직접 찾아 읽었다. 터득한 직원 관리 기술을 스타트업 운영에 활용하고 있다. 기존의 대기업·공기업이 가진 기업문화를 그대로 답습하는 것은 혁신이 생명인 벤처 업계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에서다.
박 대표가 추구하는 조직 경영의 기본원리는 업무의 단위를 쪼개는 것. 이는 박 대표가 외국 경영서적을 읽다가 발견한 조직 관리 기법이다. 박 대표는 "중간고사 공부를 한 달 전부터 하는 사람은 극소수일 뿐이고 대부분은 아무리 옆에서 공부하라고 해도 시험 1, 2주 전에 한다"며 "마감기한이 닥쳐서야 일을 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고 생각해 모든 업무를 7~10일 단위로 나눴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이번주 수요일부터 다음주 금요일까지 주어진 30시간의 근무시간 동안 각자의 계획을 제출하도록 한다"며 "금요일 피드백 회의 때 각자 맡은 결과물을 만들어 오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나무만 보면 숲을 못 볼 수도 있다는 생각에 3개월 장기 목표도 미리 세운다. 그는 "벤처업계에서 3개월은 매출이 급격히 증가하거나 없던 서비스가 생길 수 있기에 장기로 본다"고 말했다. 단위기간 별로 설정한 목표와 업무 계획은 실적 파악이 쉬워 성과관리를 따로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엑스바이엑스 직원들은 월급도 직접 정한다. 박 대표는 "정해진 기본급 이외의 성과급은 각자 자기가 책정하도록 한다"며 "본인의 성과를 투명하게 공유하면서 자신의 생산성을 분석해 월급을 정하도록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직원들의 생산성을 일일이 확인하고 감시하는 대신 영업이나 사업 개발에 시간을 투자한다"고 말했다.
혁신적 기업문화는 사업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조직에 활기가 넘치고 회의 내용이 알차졌다. 덩달아 투자자도 늘어났다.
엑스바이엑스는 지난 2013년 맥주와 맥주집을 추천하는 어플리케이션인 '오마이비어'를 개발해 지난해 초 사업자 등록을 마친 스타트업이다. 대표를 포함해 총 4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맥주버켓' 이나 '맥주창고' 등 젊은 층이 많이 가는 맥주집에는 수입맥주가 종류만 40~50가지 달해서 선택하기 쉽지 않은 것에서 착안했다. 자체 개발한 42가지의 툴로 소비자들의 취향을 분석하고 시음 후기를 공유하는 형태다.
사업 초기 단계라 아직 본격적인 매출은 일어나지 않고 광고를 유치하는 정도지만 투자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아산나눔재단에서 개최한 정주영 창업경진대회에서 이 앱으로 상을 받기도 했다.
박 대표는 "올해부터 사업 모델을 확장해 맥주 가게와 연계하고 매장에 방문하는 손님들에게 현장에서 맥주를 추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