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약달러發 글로벌 인플레 몰아치나

한·中·유럽 돈줄 죈다지만… 美는 나홀로 추가부양 시사<br>통화전쟁 재연 가능성<br>원화절상 압력 커질듯


미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3차 양적완화(QE3)에 나설 수 있다는 시그널을 보냄에 따라 달러 유동성 확대가 국제상품 가격 상승을 자극해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과 유럽 등 주요국 중앙은행마다 물가잡기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미국만 나홀로 통화팽창 정책을 고수하는 형국이다. 특히 미국이 제3차 돈풀기 정책에 돌입할 경우 지난해 10월 주요20개국(G20) 서울 정상회담을 앞두고 격화됐던 통화전쟁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장 일본 외환당국은 엔ㆍ달러 환율이 달러당 80엔 아래로 떨어지는 등 엔화가치가 급등하자 "환율시장을 주시하겠다"며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섰다. 한국은행은 14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유럽 재정위기 변수를 감안해 기준금리를 3.25%로 일단 동결했지만 오는 8월 이후에는 두 차례 정책금리를 인상,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3.75%로 끌어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김중수 한은 총재도 금통위 회의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이 QE3를 실행하면 달러의 글로벌 유동성이 늘어나고 국가 간 자본이동 문제가 발생한다"며 "달러가치가 추가로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계감을 나타냈다. 노다 요시히코 일본 재무상은 이날 "엔화강세가 (추세로) 정착되면 곤란하므로 앞으로 지속적으로 시장을 주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앞서 13일(현지시간)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하원 재무위원회에 출석해 "디플레이션 위험이 다시 커질 가능성이 상존한다"며 "경기가 계속 둔화되고 물가상승률이 현저히 낮은 상태를 보일 경우 FRB는 추가 정책을 펼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달러를 찍어내는 양적 완화에 재돌입할 수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암시한 것이다. 버냉키 의장은 국채를 매입하는 3단계 양적완화 외에 ▦FRB가 보유한 국채 만기를 늘리는 방안 ▦초과 지불준비금 이자 인하방안 등이 보태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1차 양적완화(2008년 12월~2009년 3월)로 1조7,500억달러를 풀었고 2차 양적완화(2009년 11월~2011년 6월) 기간에는 6,000억달러를 추가로 방출했지만 경기부양의 약발이 점차 떨어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주요 각국이 긴축정책에 돌입한 상황에서 버냉키 의장의 달러 살포가 이뤄지면 달러가치 하락은 더욱 속도를 내게 되고 이는 석유ㆍ원자재ㆍ농산물 등 상품물가 가격을 자극해 인플레이션을 초래하게 된다. 실제 주요6개국 통화에 대해 달러화의 평균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지난 2009년 3월 89.1포인트를 기록했지만 2년4개월이 지난 현재 74.8포인트까지 곤두박질쳤다. 반면 글로벌 상품지수로 통하는 로이터ㆍ제프리CRB상품지수는 같은 기간 200.3포인트에서 349.1포인트까지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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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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