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여년간 1조원 이상의 혈세를 지원 받고도 일반 공공도로보다 두 배 가까이 비싼 통행료를 받았던 민자고속도로에 대해 정부가 추가 통행료 인하를 추진한다. 정부는 차제에 민자사업자들에 대한 수익보전 방식 자체를 통째로 바꾸기로 했다.
3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최근 '민자도로 통행료 부담 경감방안'을 관계부처와 함께 추진한다는 방침을 여야에 보고했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는 정부가 추진한 전국의 민자고속도로 중 최소운영수입보장(MRG) 방식으로 운영되는 9개 도로사업자 등을 중심으로 통행료 인하 협상에 착수할 계획이다.
기재부는 여야 보고에서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사업 재구조화 등을 통해 추가로 민자도로 통행료를 경감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통행료 인하를 위해 낮은 이자의 대출로 전환해주는 자금 재조달 방식과 투자자의 사업수익원을 넓혀주는 부대사업 활성화 등을 추진했으나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사업 재구조화는 고위험ㆍ고수익을 보장하는 MRG 방식을 저위험ㆍ저수익의 비용보전(CC)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 등을 뜻한다. MRG 방식으로 도로사업을 추진한 사업자는 완공 후 금리변동이나 통행량 감소 등에 따른 사업위험을 짊어지는 대신 높은 수익률을 내기 위해 통행료를 비싸게 받았다. 반면 CC 방식 등으로 전환하면 수익률이 낮은 대신 사업위험 부담을 피하게 돼 통행료를 인하할 여지가 생긴다. 쉽게 말해 사업적자의 위험을 정부가 끌어 안는 대신 통행료를 낮추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조만간 협상에 착수할 것"이라며 "다만 정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했던 민자사업(거가대교)의 경우를 감안할 때 협상 완료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부산시는 거가대교 사업을 MRG에서 CC 방식으로 변경하기 위해 2010년 사업자와 협상을 개시했지만 최근에야 타결돼 부산시의회에 상정했다.
현재 민자 방식으로 추진해 완공ㆍ운영 중인 고속도로는 10곳으로 이 가운데 MRG 방식은 인천공항, 천안~논산, 대구~부산, 서울외곽, 부산~울산, 서울~춘천, 용인~서울, 인천대교, 서울~평택 도로 등 9곳이다. 평택~시흥 고속도로는 애초부터 CC 방식으로 추진됐다.
국토연구원의 정부용역보고서를 보면 9개 MRG 사업자가 2002년부터 10년간 총 1조6,569억원의 혈세를 지원받았음에도 통행료는 한국도로공사에서 관리하는 노선보다 평균 1.86배나 높았다. 특히 서울외곽순환도로의 경우 남부구간 통행료는 1㎢당 47원10전이었지만 민자사업인 북부구간은 이보다 2.25배 비싼 118원으로 책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