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자국은 보호, 타국엔 개방요구 '이중잣대'

국가기간산업까지 M&A위험 노출에 위기감 고조<br>佛 자국기업간 합병유도·美 애국법 제정등 노골적<br>"글로벌경제 위협" "국익위해 필수" 찬반논란 거세



지난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글로벌 경제가 확산되면서 국경이 사라지는 듯싶더니 최근 들어 국가와 정부, 애국주의의 개념이 확산되는 추세다. 한 손에는 신자유주의 이론을 들고 다른 한 손은 경제개방을 요구해온 미국과 유럽도 국가보호주의엔 이중적 잣대를 제시한다. 2001년 9ㆍ11 테러 이후 미국은 이른바 애국법을 만들어 자국산 상품 사용을 호소했으며 지난해 도미니크 드 빌팽 프랑스 전 총리는 “기간산업을 외국에 내줄 수 없으며 경제애국주의(economic patriotism)는 현 정부의 핵심정책”이라고 노골적으로 보호주의를 드러냈다. 국가보호주의는 ‘경제국수주의’ ‘경제애국주의’ 등으로 불리며 국가의 이익을 위해 자국의 기간산업을 지킨다는 원칙을 바탕으로 한다. 외국 자본의 자국 기업 인수를 막는다는 점에서 ‘경제민족주의’로도 불린다. 국가보호주의가 지구촌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찬반 양론도 거세다. 경제자유주의자들은 보호주의가 시장의 장벽을 허는 글로벌 개방경제의 흐름에 위협이 되며 국제 무역질서의 흐름에 반하는 보호무역주의의 연장이라고 비판한다. 반면 국가보호주의를 주창하는 국가들은 국가 전략과 관련된 산업이 외국 기업들에 무차별적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가 직접 개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가보호주의는 프랑스 정부가 지난해 2월 자국 산업 보호라는 명분 아래 이탈리아 기업 에넬의 수에즈 인수를 막은 데 이어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까지 나서서 프랑스 기업 간의 합병을 유도함으로써 증폭되고 있다. 프랑스는 25개국이 단일 경제권을 형성한 유럽연합(EU)의 핵심 회원국임에도 또 다른 회원국 기업의 투자를 간접적으로 억제하고 자국 기업 보호에 나선 것은 국가 보호주의 확산 경향을 대변한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자료에 따르면 전세계 93개국에서 외국인의 투자제한이 이뤄지고 전체 무역법령 가운데 외국인 투자를 규제하는 법률의 비율이 2004년 14%에서 2005년 20%로 급증, 최근 세계적으로 보호주의가 강화되고 있다. 국가보호주의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에너지를 비롯한 각종 기간산업 분야의 인수합병(M&A)에 각국 정부가 적극 개입, 저지하면서 불거졌다. 미국 정부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포트월드의 미국 6개 항구 운영권 인수를 막고 중국 국영기업 시누크가 미국 에너지기업 유노컬을 인수하려 할 때도 무산시켰다. 독일은 아시아 및 중동 국가의 국부펀드가 독일 기업을 인수할 때 일정한 제한을 가하는 법률을 입법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국가보호주의는 2000년 이후 글로벌 유동성이 넘쳐나면서 아시아 및 중동 국가들이 글로벌 M&A에 뛰어들면서 강화됐다. 아시아ㆍ중동의 거대한 부는 세계 각국의 민간기업은 물론 에너지ㆍ철강ㆍ항만ㆍ항공 등 국가 기간산업을 영위하는 국영기업까지 인수하려 들었다. 따라서 주요 산업시설과 국민경제의 핵심을 외국기업에 내줄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국가보호주의로 발전했다. 외국 정부가 기업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국가 안보 및 경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논리다. 시장주의자들은 국가보호주의의 물결이 1990년대 이후 세계경제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자유무역주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며 우려한다. 다국적 기업의 자본 이동을 막는 것은 물론 기업들의 상품 및 서비스 이동에 제동이 걸려 상호 의존도가 높아진 글로벌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자국 산업 보호주의의 확산이 상호 의존적인 글로벌 경제 발전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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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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