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주한미군 정말 감축되나

“주한미군 재배치 및 감축문제를 한국의 새 정부와 논의하겠다”는 도널드 럼스펠드 미국 국방장관의 발언은 반세기 이상 우리와 삶을 같이 해온 주한미군의 규모 및 주둔형태의 변화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을 뜻한다. 그 동안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는 미국정부 관계자가 세계전략 차원에서 여러 차레 밝혔으나 국방장관이 재배치는 물론 감축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위해 리처드 롤리스 미국방부 아시아 태평양담당 차관보가 25일 한국을 방문한다는 것은 미군을 재배치 및 감축하려는 미국의 의사가 보다 확고한 것을 말해준다. 미국이 이라크와의 전쟁을 목전에 두고 있고 미군 장갑차에 여중생 2명이 치어 죽은 사고로 반미감정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주한미군 주둔형태의 변화는 피할 수 없게 됐지만 감축까지 제기된 것은 예상을 앞지르는 속도다. 물론 주한미군 재배치나 감축이 당장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10년 안에 하기로 한미양국은 지난해 뜻을 모았으나 이번에 그 속도를 더 빨리 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이미 미국은 세계전략차원에서 일방적으로 주한미군 재배치를 검토해왔다고 밝혀 감축 등이 한국의 반미감정 때문이 아님임을 시사했으나 우리도 촛불시위 등으로 이에 대한 논의속도를 빨라지게 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현재 한반도의 안보정세는 북한핵문제가 결국 유엔안보리로 넘어 감에 따라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정부와 의회에선 북한과의 무력충돌 가능성이 거침없이 이야기되고 있다. 현재 미국과 북한의 강경한 자세가 단순한 `엄포`가 아닌 현실이 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재기된 주한미군 재배치와 감축이 한반도 안보정세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까 우려하는 것은 당연하다. 한미관계도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한미관계를 검토해 재조정하자고 제안,이를 받아들였다”는 럼스펠드 장관의 말처럼 시대의 변화에 걸맞게 새로 구축할 때도 됐다. 문제는 주한미군 재배치 및 감축 등이 한반도 평화를 해쳐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주한미군이 감축돼도 기술이 더 발달한 해ㆍ공군력으로 보충할 수 있다고 하지만 사람이 주둔하는 것과는 신뢰 및 상징성에서 크게 차이 난다. 새 정부는 미국과 미군감축 등을 협의과정에서 이 점을 중시해야 한다. 우리국민의 70% 이상이 주한미군철수를 반대하고 있다. 변덕스럽기만 한 북한을 신뢰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국민 대다수는 주한미군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앞으로 미국과의 협의과정에서 이러한 국민의 뜻을 충분히 반영,한반도 안보정세에 어떠한 흔들림도 없도록 하는 한편 우리 스스로의 대비도 빈틈없이 한해야 한다. <이학인기자 leej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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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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