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대출 축소와 기존 대출 회수 강화 등 건설업에 대한 금융권의 옥죄기로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분양가상한제 등 사업 직접규제에 금융권까지 가세하면서 건설업계는 더 이상 퇴로가 보이지 않는 사면초가로 내몰리는 등 하반기 건설업계에 ‘부도대란’ 우려가 확대되는 상황이다.
9일 금융권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시중은행들이 중소 건설업체에 대한 신규 자금지원을 축소하거나 건설업을 관리 대상 업종으로 지정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또 아파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여신한도를 축소해 사실상 신규 PF 중단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신한은행은 최근 일선 영업점에 공문을 보내 중소형 건설사에 대한 신규 자금지원 자제를 당부했다. 정례 모니터링 결과 최근 건설사들의 부실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이상징후가 포착된 만큼 영업점과 본사 심사부를 통해 건설사들에 대한 대출을 더욱 까다롭게 관리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실제로 일부 중소 건설사의 분양률을 정밀 모니터링하는 한편 분양률이 기준 이하로 떨어지면 추가 여신 지원을 끊거나 만기자금 연장 없이 회수하는 방식으로 상환율을 높일 계획이다.
국민은행 역시 올 상반기부터 중소형 건설사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 운전자금 대출을 축소하고 있다. 특히 국민은행은 아파트 PF 여신한도를 지난해보다 크게 줄였다.
기업은행과 우리은행도 건설업 대출심사를 강화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업종별 지수를 정기적으로 파악, 부도율이 높거나 경기지표가 악화되는 업종군을 관리 대상 업종으로 분류해 대출한도를 줄이고 있으며 이미 지난해부터 건설업은 관리 대상에 포함된 상태다. 우리은행 역시 건설업을 특별관리 대상 업종으로 분류해 본점 심사를 거치도록 하는 등 대출심사를 엄격하게 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이 같은 금융권의 움직임에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는 분위기다.
중견 건설사인 A사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일반대출의 경우 만기가 되면 사업진행 상황에 따라 연장해주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회사 규모와 관계없이 만기가 도래하면 바로 회수에 나서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B사의 한 관계자도 "사업물량이 많은 상당수 중견업체들은 이미 몇 달 전부터 추가 PF 중단은 물론 기존 대출 회수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며 "하반기 중 몇몇 중견업체 추가 부도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에는 신용도가 높은 대형 건설사조차 PF 심사규정이 대폭 강화돼 일부 사업이 중단될 만큼 금융권의 벽이 점점 높아지고 있음을 체감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