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판중심주의 확대를 촉발시킨 이용훈 대법원장의 발언 이후 한 달 남짓 지났다. 지난달 취임 일주년을 맞아 일선 법원을 순시하는 자리에서 이 대법원장은 “검사의 조서, 변호사의 변론을 믿지 말고 공개된 법정에서 이뤄진 진술로 재판하라”는 취지의 발언으로 공판중심주의라는 화두를 다소 ‘거칠게’ 던졌다. 당시 법원, 검찰, 변호사 간의 감정싸움까지 치달았으나 소란이 가라 앉은 이후에는 물밑에서 공판중심주의 확대를 위한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검찰은 법원에서 촉발된 공판중심주의 주도권 논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 검찰 전방위 대응 = 검찰은 최근 전국적으로 증거분리제출제도를 시행하고, 공판 검사회의를 갖고 모의 재판을 열어 시연을 하는 등 공판중심주의 확대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했다. 위증죄에 대해서 엄단 방침을 밝히는 등 다각도로 공판중심주의에 대비하고 있다. 그동안 검찰이 마치 공판중심주의 확대를 거부해 ‘시대흐름에 역행하는’ 집단처럼 보였던 것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다. 검찰은 이달 초부터 공판중심주의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증거서류 분리제출를 기존 18개 지검에서 55개 지검ㆍ지청으로 확대 실시하고 있다. 증거서류 분리제출 제도란 검찰이 피의자를 기소할 때 공소장만 내고 그외 수사기록이나 증거물은 제출하지 않되 법정에서 피고인이 보는 앞에서 증거를 제출하는 제도다. 그동안 검찰의 모든 조서를 재판 시작전에 재판부에 제출했기 때문에 재판부가 공개된 법정에서의 진술보다는 서류상 진술에 의존해왔던 게 사실이다. 또 공판검사 회의를 열어 전국의 공판검사들에게 ‘공부’를 시키고 공판중심주의 확대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미연에 대비하고 있다. 특히 피의자나 참고인이 재판에 가서 말을 바꾸는 경우를 대비해 진술을 녹화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또 검찰은 재판에서 거짓말하는 위증사검의 경우 정식재판에 회부, 엄벌에 처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동안 위증죄에 대해서는 정식재판에 회부하지 않고 약식기소를 하는 등 비교적 가벼운 처벌을 내려 왔다. 그러나 공판중심주의가 확대되면 재판정에서 위증 여부가 유무죄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위증을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이외에도 검찰은 사법방해죄 도입 등을 위한 여론 환기에 힘쓰는 모습이다. ◇ 법원 조용히 물밑작업= 법원은 검찰에 비해서는 비교적 차분하게 공판중심주의에 대비하고 있다. 대법원은 공판중심주의 확대를 위해 필수적인 법정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2.54대 1인 판사 대비 법정수를 기존 법정 분할 등을 통해 60여개를 더 확보해 내년에는 2대 1 수준까지 만들 계획이다. 장기적으로 1대 1 수준까지 끌어 올리겠다는 방침이다. 또 법원행정처 판사들이 공판중심주의 정착 위해 지방법원을 돌며 시범 재판을 독려하고 지원하고 있다. 지방법원 차원에서도 공판중심주의의 원활한 시행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들과 오는 30일 간담회를 갖고 공판중심주의와 증거분리제출에 따른 실무적인 조율에 나선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관계자는 “실무적인 차원에서 공판중심주의, 증거분리제출, 영장발부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며 “현재 물적ㆍ인적 바탕하에 좀더 효율적인 재판이 진행될 수있도록 실무적이고 세부적인 방안을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