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금리가 바닥까지 떨어진 것 같은데 금리인상에 대비할 수 있는 상품을 소개해주시죠. 그리고 가입상품 기간을 최대한으로 줄여주세요. 혹시 금리가 오르면 빨리 대처할 수 있게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소식이 전해지고 하루가 지난 12일 시중은행의 프라이빗뱅킹(PB)센터에는 금리인상에 대비하는 방법과 상품을 찾아달라는 자산가들의 문의가 쏟아졌다. 기준금리가 1.5%로 떨어지고 미국의 9월 기준금리 인상이 유력해지면서 최근 시중금리가 바닥일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이다.
김영웅 신한은행 자산관리솔루션부 팀장은 "한은의 추가 기준금리 인하가 막상 현실화되자 금리인상에 대비할 수 있는 상품과 방법을 안내해달라는 고객들의 요청이 예상보다 훨씬 많았다"며 "자산가들이 시장의 흐름을 한 수 앞서 보는 것 같다"고 전했다.
금리인상을 대비해야 한다는 흐름은 시장에서도 감지됐다. 실제 기준금리가 인하된 지난 11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0.024%포인트 오른 1.797%를 기록했다.
◇금리인상 대비하는 문의 쇄도=이날 시중은행 PB센터에서는 초저금리 시대에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짜려는 자산가들의 발 빠른 움직임이 감지됐다. 사상 최저 금리에 나라 밖에서는 미국발 금리인상 소식이 슬금슬금 감지되면서 저금리 시대에 금리인상에 대비한 전략을 찾고 있었다. 시중은행 PB센터를 찾은 한 고객은 "지금이야 워낙 저금리니 우리나라보다 성장률이 높은 신흥시장 투자가 좋다고 하지만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신흥국이 금융 쇼크가 일어날 수 있는 불안이 생겨 PB센터를 찾았다"며 "초저금리 상황에서 금리인상 가능성이 혼재돼 있다 보니 큰돈을 벌기보다는 안정성과 금리상승기에 돈을 마련할 수 있는 상품을 원한다"고 말했다.
자산가들의 이런 욕구를 반영해 2~3년 전 인기를 끌었다가 사그라졌던 '글로벌 인컴 펀드' 상품이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김 팀장은 "글로벌 인컴 펀드들은 수익률도 장기로 5~6% 정도를 볼 수 있는데다 미국 금리인상에도 여전한 수익률을 볼 수 있어 고객들의 문의가 많다"면서 "신흥국 투자상품의 경우 미국 금리인상기에 오히려 손실을 입을 수 있지만 이 상품의 경우 금리인상시에 더욱 수익률이 커질 수 있어 자산가 고객들이 많이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공모형 인컴 펀드의 설정액은 2일 기준 1조5,147억원으로 올 들어서만 5,000억원 가까운 뭉칫돈이 유입됐다. 주식형 펀드에서 올해 9조4,325억원이 빠져나간 것과는 대조적이다.
상품가입 기간을 최대한 줄이는 것 역시 초저금리 시대로 접어들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신동일 KB국민은행 대치PB센터 부센터장 "기존에는 주가연계증권(ELS) 투자 등을 할 때도 6개월을 선호했다면 지금은 수익률을 조금 낮춰도 4개월 조기상환형을 원하는 고객들이 대부분"이라며 "고객들이 금리가 인상될 때를 대비해 돈이 오랜 기간 묶이는 것을 꺼린다"고 설명했다.
◇"0.1%라도 더 받을 수 있다면"=자산가들이 금리인상에 대비하는 것과 함께 여전히 '0.1%'라도 숨은 금리를 찾겠다는 수요는 여전하다. 숨은 금리를 위해 몰리는 분야 중 하나는 절세다. 따라서 은행 PB센터에서는 기준금리 1.5% 시대에 재테크 기본 원칙은 '선(先)절세 후(後)투자'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영아 기업은행 수석 애널리스트는 "절세 상품을 활용하면 리스크를 부담하지 않고서도 수익률을 개선할 수 있는데다 향후 절세 상품이 사라져갈 것이므로 판매되는 현시점에 발을 담가둬야 한다"면서 "재형저축·노란우산공제회 등 연봉 5,000만원 이하 소득자, 자영업자 등이 접근할 수 있는 절세 상품에 대한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언급했다.
초저금리다 보니 다소 복잡한 상품일지라도 수익률이 보장되면 불티가 난다.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은 재테크 시장에서 꿈의 상품으로 통한다. 정기예금 금리가 1%대 중반인 것과 비교하면 ABCP는 5%대로 최근 금융시장에는 최고의 고금리 상품이다. 신 팀장은 "두산건설 발행 ABCP 상품이 700억원 한도로 나왔는데 수익률이 5.2%로 나오자마자 전 지점에서 뛰어들어 1~2분 만에 소진됐다"면서 "최소 한도가 1억원인 상품임에도 수익률에 고객들이 몰려들어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 연출됐다"고 언급했다. @sed. 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