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투자마인드 다시 위축 경기회복 전망도 ‘불안’

◎200대기업 설비투자 계획 <해설>/기아사태등 여파… R&D·합리화 비중은 높아져통상산업부가 4일 발표한 2백대 기업 설비투자계획은 장기간의 경기침체로 꽁꽁 얼어붙은 국내 대기업들의 투자마인드가 여전히 해빙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우리 기업들이 아직 경기회복에 대해 자신하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아울러 앞으로 국내경기가 장기간 바닥권에서 횡보하는 L자형태를 보일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2백대 기업의 상반기 설비투자실적이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0.7% 감소한데 이어 하반기 설비투자계획도 전년동기대비 무려 7.0% 감소할 것으로 조사됨에 따라 올해 연간 설비투자규모는 지난해보다 4.2%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통상산업부가 지난 93년부터 2백대 기업의 설비투자계획을 조사한 이래 처음 감소세를 보인 것이다. 지난달 발표된 한국은행과 산업은행의 올해 설비투자 전망이 각각 0.5%와 6.4% 증가로 나왔던 것과 비교할 때 최근 기아그룹의 부도유예 등에 따라 기업들의 투자마인드가 다시 위축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상반기중 설비투자를 위한 자금조달 내역을 보면 우리 기업들이 연초 한보, 삼미 등의 대형부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외부자금 의존 경향을 벗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기업들의 설비투자용 재원에서 외부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74.4%에서 올 상반기 80.4%로 뛰어 올랐다. 뿐만 아니라 외부자금의 구성면에서도 장기차입보다 단기차입 의존도가 높아지는 실정이어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진다. 기아사태의 근본원인중 하나가 장기투자에 단기자금을 많이 끌어쓴 때문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대기업들도 이를 의식, 하반기에는 외부자금 비중을 69.8%로 낮추려고 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설비투자 애로사항 중 첫째로 꼽힌 것은 금융비용으로 52.2%를 차지, 기업 자금난을 실감케하고 있다. 설비투자를 늘리면서 기업의 외부자금의존도를 줄이기 위해서는 재무구조개선 및 직접금융시장 활성화대책이 시급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투자동기면에서 보면 생산능력 증대보다는 연구개발 및 합리화 투자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경기침체 및 앞으로의 불투명한 전망을 반영한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앞으로 대형투자보다는 구조조정 및 일류화를 통해 승부를 걸려는 기업전략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우리 경제를 살리고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아직은 상당기간 설비투자의 증가세가 이어져야 하며 그런 가운데 투자내용과 재원조달면에서 효율성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보다 능동적으로 투자환경을 고취시키는 한편 산업정책 및 기업재무구조 개선정책을 분명히 제시해야 할 것이다.<김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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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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