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4월 08일] 호텔결혼식, 이대로 좋은가?

화창한 봄과 함께 본격적인 결혼 시즌이 돌아왔다. 요즘 유행하는 호텔 결혼식을 보면 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 결혼식이 있는 주말은 시내 중심가 호텔로 차를 몰고온 인파로 주변교통이 매우 혼잡하다. 또 테이블에 앉아 약 15~20분간의 결혼의식이 끝나면 성스러운 결혼식장은 곧 초대형 호화 식당으로 바뀐다. 메뉴는 대개 스테이크를 주요리로 한 코스요리로 포도주나 음료를 곁들이면 밥값만 1인당 8만~10만원을 훌쩍 넘어선다. 신랑과 신부 양가를 합쳐 500명의 하객을 받으면 식대만 5,000만원에 이르고 더 큰 규모의 하객들이 오거나 좀더 고급스러운 메뉴를 선택하면 하객들 식사접대에만 1억원 이상이 들기도 한다. 식대가 이렇게 비싼 것은 예식장소로 호텔을 빌리는 데 일정금액 이상의 메뉴를 선택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비싼 식대를 비롯한 예식비용에다 혼수와 신혼살림집을 장만하는 데 허리가 휘었다는 혼주들의 하소연이 심심찮게 들린다. 한끼 식사로 날리는 돈을 신혼가정의 살림집이나 살림살이 장만에 쓰는 것이 새로운 커플들을 위해서는 오히려 도움이 될 텐데 말이다. 또 하객의 입장은 어떤가. 능력과 성의에 따라 내야 할 축의금이 최소한 호텔식대 수준으로 인상될 수밖에 없으니 부담이 크게 늘어 전반적인 사회적 비용이 올라가게 된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근검절약을 유도한다는 취지로 호텔 결혼식이 상당 기간 금지돼왔다. 하지만 김대중 정부 시절 침체된 내수경기를 진작시킨다는 목적으로 신용카드규제의 대폭완화와 함께 규제가 풀렸다. 선진국들을 살펴보자. 우리나라와 같은 동양권인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호텔에서 결혼식을 여는 경우는 많지 않다. 영국에서는 교회에서 결혼식을 열고 변두리 골프장의 클럽하우스 등에서 간단히 다과파티를 즐긴다. 우리도 이제 잔치국수에 떡과 과일 몇 점으로 조촐하게 축하의 인사를 나누는 피로연으로 하객접대를 대신하면 어떨까. 또 과거 한때와 같이 식사대접 대신 기념수건 등 부담이 적은 간단한 선물로 바꾸면 어떨까.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니니 구태여 원하지 않는다면 비싼 식사가 따라오는 호텔 결혼식을 하지 않으면 될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사회적 풍조나 일반적 관습에 반해 용기 있게 ‘나만의 결혼식’을 강행하기는 말처럼 쉽지 않다. 호텔 결혼식을 예전처럼 금지한다면 내수경기가 가라앉고 실업자가 늘며 경제가 무척 어려워지기라도 할까. 한번 다같이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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