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겸업은 세계적 추세다

은행법개정안이 내달 초에 발효되면 미 금융기관들은 서로 다른 업종에 진출할 수 있게 된다. 한 금융기관의 창구에서 예금도 받고 주식도 거래하며 보험도 팔수 있는 것이다. 원스톱 쇼핑이 가능한 금융슈퍼마켓인 셈이다. 소비자입장에서는 매우 편리한 종합금융서비스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이같은 금융겸업주의(유니버설 뱅킹)는 이미 세계적 추세다. 유럽에서는 보편화되고 있고 미국에서도 금융시장에서는 사실상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규제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동안 합병 등 우회적인 방법으로 금융기관간 벽을 허물면서 상대 영역에 진출해왔던 것이다. 지난해 이루어진 시티코프(은행)와 트래블러스 그룹(증권 보험)간의 초대형 합병이 그 대표적 예다. 따라서 새로운 은행법은 미국판 금융빅뱅을 몰고올 전망이다. 20년간 진행되어온 은행법개정작업의 최대 걸림돌이 제거됐기 때문이다. 대공황시대의 낡은 틀을 벗어낸 미국 금융산업의 경쟁력은 크게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살아남기위해 덩치를 키우려는 금융기관간의 짝짓기도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현대화된 금융시스템을 내세워 세계금융시장에 대한 지배력도 더욱 강화될 것이다. 미국의 금융빅뱅은 세계 금융산업전체에 개혁의 바람을 몰고 올 것도 분명하다.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금융산업계의 변혁흐름에 비추어 볼때 우리의 금융산업의 현실은 걸음마 수준이다. IMF사태이후 추진된 금융 구조조정 과정에서 금융기관간의 짝짓기는 주로 같은 업종내에서 성사된 것이 대부분이다. 다른 업종간에는 합병이나 영역허물기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아직도 금융겸업이 실질적으로 허용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산업의 경쟁력강화를 위해서는 세계적인 금융겸업주의의 추세에 역행해서는 안될 것이다. 물론 외국 대형금융기관들의 국내금융시장장악을 막기 위해 금융겸업은 단계적으로 허용할 필요는 있다. 그러나 글래스-스티걸법 폐지를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으로 아까운 시간을 허비한 미국의 사례는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 금융산업의 발전에는 시장의 요구를 적절하게 받아들이는 법적 제도적 뒷받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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