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아래 위가 다 썩었다” 개탄/복지부장관 부인 수뢰 파장·반응

◎김 대통령 “참담하고 부끄러운 일이다”/야 “부패공화국 극치 내각 총사퇴 요구”/복지부 “장관 4년새 7번 경질” 장탄식이양호 전 국방장관의 수뢰사건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다시 이성호보건복지부 장관이 부인의 수뢰사건과 관련, 전격 경질됐다. 배경은 다른 것으로 알려졌지만 공로명 전 외무장관의 경질도 불과 얼마전에 있었다. 한마디로 정부내에 바람 잘 날이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부정부패와 담을 쌓겠다던 김영삼정부는 출범이후 수뢰사건과 연루돼 도중하차하는 장관이나 장관급이 벌써 4명(이형구 전 노동장관과 백원구 전 증권감독원장 포함)이나 돼 국민들로부터 불신과 냉소를 면할수 없게 됐다. 청와대 장학로 부속실장의 거액 수뢰사건이 다시 상기되고 있으며 최근 진행되는 중하위직 공무원에 대한 사정작업이 무색해지고 있다. 그동안 문민정부출범이후 줄곧 「깨끗한 정부」의 기치아래 금융실명제, 공직자재산등록등 공직자윤리법, 부동산실명제가 실시되고 공직사정작업이 간단없이 이어져왔으나 고위공직자들의 부정부패가 근절되기보다 오히려 심화된 것이 아니냐는 의문마저 낳고 있다. 일선 인허가나 공사관련업무에서는 일부 공직자들의 수뢰액이 예전보다 단위가 커지고 사정을 핑계로한 이른바 보험금마저 붙었다는 이야기들이 공공연한 실정이다. 국민들 사이에는 『아래위가 다 썩었으니 「도대체 왜 이런가」』라는 개탄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고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정부부처도 뒤숭숭하기는 마찬가지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들은 이 전장관의 경질과 관련해 대단히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양호 전 국방장관 수뢰사건을 한번 겪어서인지 이번 이성호 장관건도 정권의 도덕성문제라기 보다는 개인비리와 과실차원으로 치부하며 다소 담담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관계자들은 『부인이 받은 사실을 정말 몰랐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하며 『그렇지만 입이 열개라도 할말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김대통령은 후임 인선을 알려주는 자리에서 참모들에게 『아직도 고위 공직자중에 이런 사람이 있다는 것은 부끄럽고 참담한 일이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국당은 『현정부의 사정에는 성역이 없다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자위하면서도 이양호 전국방, 공로명 전 외무장관에 이어 이성호 장관마저 수뢰의혹으로 전격 경질되자 매우 곤혹스러워하는 표정이 역력. 특히 이날 강삼재 사무총장은 기자간담회를 자청,『검찰수사를 지켜보고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면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언급해 수사결과에 따라 이 전장관에 대한 탈당 권유나 출당 등의 징계조치 가능성까지 시사. 다만 새 장관에 당출신 손학규 제1조정위원장이 임명됐다는 점에서 다소 위안을 삼는 분위기이며 박범진 당총재비서실장은 『이 전장관이 지역안배에서 경기도 몫이었기 때문에 신임 손장관도 수도권을 배려한 것 아니냐』고 분석. 국민회의 등 야권은 이성호 보건복지부장관이 전격 경질되고 손학규 신한국당 제1정책조정위원장이 임명된 것과 관련, 한마디로 「부패공화국의 극치」라며 현 내각의 총사퇴를 촉구했다. 국민회의는 정동영 대변인의 성명을 통해 『충격과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이로써 현 정권은 어느 한 구석 성한데가 없고 부패하지 않은 곳이 없음이 입증됐다』고 강도높게 비난. 박정훈 의원은 『이처럼 부패현상이 속출하는 것은 현 정부의 사정이 표적수사로 일관함으로써 공무원 사회에 부패사정의 공정성과 의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데 원인이 있다』고 진단한 뒤 공직사회의 부정부패 추방책마련을 촉구. 자민련의 안택수 대변인은 『허울좋은 변화와 개혁의 기치를 내건 문민정권이 임기 1년여를 남겨놓고 부패와 갈등으로 침몰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며 『줄을 잇는 장관들의 뇌물수수 사건으로 소위 문민정부의 도덕성은 완전 증발했다』고 비난. 보건복지부는 13일 출근길에 이성호 전 장관의 부인이 안경사협회로부터 1억원의 뇌물을 받은 사실을 검찰이 확인, 이 전장관이 청와대에 사표를 제출했다는 보도에도 『그럴리 없다』며 부인하다 청와대 공식발표에 의해 결국 사실임이 확인되자 망연자실. 지난 95년 5월 서상목 전 장관 후임으로 취임했던 이 전장관은 15대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경기 미금·남양주) 국회의원 출마를 위해 95년 12월 사임했다가 지난 8월8일 한·약분쟁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김량배 전장관의 후임으로 재기용되는 영광을 누렸으나 결국 불명예 퇴진으로 마감. 복지부장관은 문민정부 4년동안 7번째 바뀌어 평균 재임기간이 6개월 정도로 정부부처중 최단명 부처로 꼽힐 지경으로 국민들이 복지부를 복마전으로 볼까 두렵다고 직원들은 장탄식. 과천의 경제부처 공무원들은 안경사협회의 로비의혹사건과 관련해 이성호 보건복지부장관이 경질되자 불투명한 인사정책이 낳은 당연한 결과로 평가하는 모습. 재경원의 한 공무원은 『문민정부에서 심심찮게 장관급의 수뢰사건이 터지는 이유는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인물을 논공행상이나 연분에 의해 장관직에 임명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면서 『철저한 사전검증을 통해 장관을 임명하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문. 특히 이 전장관의 부인 박성애씨가 안경사협회로부터 1억5천만원을 받은 사실에 대해 공무원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고 부인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지역구 정치인이기에 가능했다고 정치인 출신 장관을 은근히 폄하.<정경·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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