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장품 시장은 방문판매가 활성화 돼 있어 난공불락의 요새와 같습니다.” 대규모 회계부정으로 파산위기에 몰렸던 가네보 화장품을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정상화 시킨 요고 구니히코(사진) 가네보 화장품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31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월가 투자가들을 상대로 가네보 기업설명회를 한 뒤 기자와 만나 “한국 화장품 시장은 태평양, LG생활건강 등 대기업들이 방문판매 마케팅으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외국 기업이 공략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구니히코 사장은 “세계 화장품 시장 전망 중 아시아 시장이 가장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며 “일본은 이미 성숙단계에 들어갔고 미국과 유럽은 성숙단계에 근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가네보 화장품은 아시아 시장에 집중키로 하고 로컬 경영에 의존하고 있었던 중국 법인과의 조인트벤처를 철저하게 수익구조로 전환시키는 등 시스템을 개혁, 중국 시장의 수익성을 향상키로 했다. 그러나 이 구도에서 한국 시장은 빠져 있다. 구니히코 사장은 “한국 화장품 시장의 성장세 역시 눈부시다”라면서도 “대기업들의 방문판매 조직 등을 탄탄하게 갖추고 있어 외국 기업들에게는 난공불락의 시장에 가깝다”고 말했다. 가네보그룹은 2002 회계연도까지 과거 4년간 1,400억엔의 이익을 과다 계상하는 회계부정을 저질렀고 지난해 도쿄증권거래소(TSE)에서 퇴출 당했다. 하지만 기업회생기구(IRCJ)가 2년간에 걸쳐 철저한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보스턴컨설팅ㆍ 맥킨지 ㆍ 아더앤드슨 등 해외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선진 경영기법을 접목, 재기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구니히코 사장은 60개에 달했던 브랜드를 20개로 줄여 핵심 브랜드를 육성하는 한편 구조 조정 속에서도 인력개발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경영 전략으로 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한국 시장 만큼은 국내 기업의 선전으로 인해 가네보의 사업 확대 전략에서 비껴갈 수 밖에 없다는 게 이 ‘경영의 귀재’의 진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