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연초 기대와는 다른 실적

#사례1, 올 2월에 방문했던 반도체장비인 애셔 제조사 P사. 당시 이 업체 사장은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각각 850억원, 170억원을 제시했다. 9개월여가 지난 지금, 이 회사 주식은 코스닥시장에서 알짜 우량주로 통한다. 해외 수주에서 성과를 내며 올해 실적으로 사상 최대치인 매출 1,320억원, 영업이익 353억원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사례2, P사와 같은 시기에 찾았던 반도체 설계전문업체 E사. 경영진은 그때 올해 실적으로 매출 1,150억원, 영업이익 200억원을 자신했다. 하지만 지난 3분기 현재 매출은 528억원, 영업이익은 1억원 남짓이다. 주력제품의 판매단가가 떨어졌고 거래처 재고가 쌓이며 출하도 지연됐다는 설명이다. 올해가 보름여밖에 남지 않았다. 기자가 이즈음 눈여겨보는 것 중 하나가 연초에 방문했던 업체의 경영진이 공언했던 계획이 실제와 부합했는지 여부다. 아쉽게도 대부분의 업체는 두번째 사례처럼 연초 기대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적이 예상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들 업체 관계자들은 실적 질문을 받으면 손사래부터 치며 말끝을 흐린다. “안 그래도 개미 투자자들의 항의전화로 업무가 마비될 지경입니다. 사업을 하다 보면 어려울 때도 있는데 그걸 못 참고 경영진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니….” 물론 실적이 당초 계획보다 못할 수 있다. 특히 원ㆍ달러 환율, 대기업의 사업계획 등 외생변수에 취약한 중소업체의 경우는 이해되는 측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목표에 미달되는 것도 정도껏이어야 한다. 연초에는 회사가 금새 성장할 것처럼 굴다가 “계획대로 다 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발뺌하는 식은 곤란하다. 엉터리 전망을 내놓은 경영진을 어찌 신뢰할 수 있겠는가. 업체별로 내년도 실적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다. 장밋빛 공언으로 잿빛 현실을 가리고 싶은 심사인지는 모르겠지만 통상 올해 좋지 않은 실적을 거둔 업체일수록 실적 목표를 일찍부터 공언하는 것 같다. 중소ㆍ벤처기업 경영진들도 투자자와의 약속이 공염불이 되지 않도록 사업전망에 대한 꼼꼼한 진단과 발표에 좀더 신경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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