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소송 결과가 전해진 24일 오전 삼성전자 직속 법무팀인 IP센터를 중심으로 긴급회의를 갖고 대대적인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법원 판결이 국내 시장에 가져올 파장과 향후 소송 전략 등을 대상으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소송에서 애플을 상대로 통신특허권을 인정받았지만 '갤럭시S2'와 '갤럭시탭10.1' 등 일부 제품에 대해서도 판매금지 명령을 받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일단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면서도 미국 법원의 판결을 앞두고 있는 만큼 공식 입장을 자제하며 극도로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자세한 내용은 법원의 판결문을 받아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항소 여부를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애플코리아는 이날 외부와의 연락을 일절 차단하고 미국 본사에 실시간으로 재판 상황을 보고하는 등 긴밀한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법원이 통신특허 침해를 판결하면서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애플 측 법률 대리인은 "별도 지침을 받은 바 없다"면서도 "(패했으니) 당연히 항소하지 않겠느냐"는 입장을 내비쳤다. 애플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판결 검토 후에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양측의 대결이 이대로 끝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설령 두 회사가 극적 타협을 이루고 소송을 취하한다고 해도 특허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한 법원의 판결과 처분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법원의 한 관계자는 "타협을 하고 소송을 취하하는 것은 당사자 사이의 문제"라며 "그렇다고 해서 법원이 판단한 것이 사라지지는 않으며 특정 제품에 대한 판매금지 처분 역시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이뿐만 아니라 배심원 평결을 앞두고 있는 미국을 비롯해 전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다른 소송에 미칠 영향력을 고려한다면 두 회사 모두 한 발도 물러서기 어려운 입장이다. 따라서 '세기의 대결'로 불리며 이목을 집중시켰던 양측의 대결은 한국 사법부의 관할 아래 적어도 한 차례 더 열릴 것으로 보인다. 어느 곳이든 '스마트폰 제조사'로서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는 경영진의 판단이 뒤따른다면 이 싸움이 끝까지 갈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이번 사건이 법정 공방을 거듭하며 대법원까지 올라가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힘을 받고 있다. 높은 변호사 비용과 시간을 지불해 경쟁사의 구형모델에 대한 판매금지 처분을 얻어내는 결과보다는 타협점을 찾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 때문이다. 문송천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는 "이번 판결은 삼성전자의 통신특허권을 법원이 인정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가 유리한 고지를 점유했다고 볼 수 있다"며 "비록 구형제품이 하더라도 판매금지는 서로에 타격이 크기 때문에 양사의 협상에 한층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특허분쟁 1차전에서는 삼성전자를 대리해 변론을 맡은 법무법인 광장과 법무법인 율촌이 애플 측 변호를 맡은 김앤장 법률사무소보다 먼저 웃었다. 삼성전자는 자사 표준특허 침해를 주장하는 소송에 광장을, 애플이 제기한 소송에는 율촌을 선임했다. 광장은 24년 동안 지적재산권 분야를 맡아오며 특허전문 변호사로 활동해온 권영모(59) 변호사를 필두로 애플과 맞설 수 있는 논리를 치밀하게 펼쳐왔다. 율촌은 지난 2005년 휴대폰 카메라 내장기술 관련 특허를 두고 LG전자와 필립스가 맞붙은 소송에서 LG전자의 승리를 이끈 유영일(55) 변호사가 대표로 나서 방어에 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