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아예 철벽을 쌓겠다는 '중기보호구역' 발상

동반성장위원회가 제조업에 이어 유통ㆍ서비스 분야에도 중소기업 적합품목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나서 논란을 빚고 있다. 동반위는 23일 공청회를 열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음식ㆍ숙박ㆍ소매업 등 생계형 서비스업을 적합품목으로 우선 지정하고 이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동반위는 다음달부터 적합품목 신청을 받아 이르면 오는 9월께 1차 품목을 확정 지을 예정이다.

중기 적합품목의 타당성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서비스 분야처럼 다양한 업태와 기업군이 혼재하는 상황에서 획일적인 규제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소비자 편의를 제한하고 시장원리를 왜곡하는 부작용도 생긴다. 서비스업의 경우 워낙 경쟁이 치열해 업태 간 생존게임이 벌어지고 매일같이 신종사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9월 말에 적합품목과 업종이 지정되더라도 이후 다른 업종이 생겨나거나 색다른 유통채널이 등장한다면 일일이 법으로 규제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대기업 범위도 문제다. 제조업에서는 상호출자제한집단을 기준으로 삼았다지만 서비스업은 중견기업들이 대거 진출해 있어 형평성 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대기업보다 오히려 소상공인 간의 갈등이 커 대기업이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주가 최대 피해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다가는 현대차나 삼성전자에서 운영하는 서비스센터나 음료 대기업의 유통망도 없애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올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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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이 밀집된 특정권역을 통째로 중소기업보호구역으로 선포해 대기업이 얼씬도 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이는 대형마트가 들어서면 지역상권이 활성화하고 인근 상인들도 후광효과를 본다는 사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단선적 사고의 극치이다.

동반위의 계획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도외시한 채 엉뚱하게 외국 업체의 배만 불리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마냥 감싸 안는다고 저절로 경쟁력이 키워지는 것은 아니다. 이래서는 선진국의 절반 수준에 머무르는 국내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란 요원할 뿐이다.

산업과 시장이라는 생태계는 큰 것과 작은 것, 강한 것과 약한 것들이 적당히 경쟁하며 보완관계를 이뤄갈 때 중장기적으로 성장 발전하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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