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양측관계 개선 기대속 핵심현안은 피해가

양측 "회동결과 만족" 불구 지배구조등 가시돋친 대화

양측관계 개선 기대속 핵심현안은 피해가 양측 "회동결과 만족" 불구 지배구조등 가시돋친 대화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과 이건희 삼성 회장과의 14일 오찬 회동은 2시간 넘게 이어졌다. 이 회장은 약속시간보다 25분 가량 일찍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부회장)과 같이 서울 신라호텔에 도착, 21층에서 강 위원장과 강대형 공정위 사무처장 등 일행을 맞았다. 마라톤 회의에서 보여주듯, 양측의 회동은 격의 없는 대화로 이어졌다. 특히 강 위원장은 시민단체와 일반 국민들이 생각하는 '삼성관(觀)'을 가감 없이 전달하면서 "영리법인의 병원과 학교 설립을 허용하겠다"는 뜻을 전달해 삼성측을 고무시켰다. 그러면서도 구조조정본부와 삼성의 지배구조 등에 대한 일각의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강 위원장은 "흉금을 터놓고 얘기했다"며 회동 결과에 대한 만족감을 표시했다. 회동을 끝낸 후 30분여가 지난 뒤 호텔을 빠져나간 이 회장도 밝은 표정으로 "회동이 유익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특히 기자들 앞에서 전례 없이 소상한 어조로 강 위원장과 나눈 대화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우리 경제가 잘돼야 할텐데 걱정"이라며 중소기업과 영세민, 신용불량자 등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회동에서는 또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비롯한 재벌 개혁 방안에 대한 논의도 오갔다. 배석한 강대형 사무처장은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에 대해 개략적으로 설명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와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는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지분 축소 문제 등이 주요 관심 대상이었다. 강위원장은 이에 대해 "이 회장이 삼성 이 회장이 재벌금융사의 의결권 축소 문제에 대해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양측은 그러나 지배구조 등의 부분에서는 가시 돋힌 대화를 주고받기도 했다. 강 위원장이 "삼성은 생산면에 있어서는 큰 기여를 하고 있으나, 소액주주, 소비자, 경쟁사업자 등의 자유 확대에도 노력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데 대해 이 회장은 "삼성은 약 14만명이 약 120조원의 매출을 하는 큰 조직이므로 자유의 침해가 없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기업은 이윤을 증대하는 것이 목적이고 군대는 병력을 늘리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서로의 시각차를 드러낸 대목이다. 강 위원장은 이에 "이익을 내는 것은 사업의 목적이므로 당연하지만 경쟁은 투명하고 공정하게 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며 구조본의 투명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정경유착도 없어질 것이므로 (구조본 문제를)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맞받았다. 공정위와 재계 안팎에서는 이날 회동이 일단은 그동안 서먹서먹했던 양측간 관계를 어느정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됐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관심을 모았던 지주회사와 관련한 에버랜드 문제가 논의 대상에서 빠진 데서 보여주듯, 양측 모두에게 부담이 되는 핵심 현안 문제는 피해간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김영기기자 young@sed.co.kr 입력시간 : 2004-06-14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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