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부산 해운대 벡스코. 노사정 대타협으로 노동개혁의 첫 단추를 끼운 정부가 경제계와 손잡고 청년고용을 확대하기 위해 마련한 '청년 20만+ 창조 일자리 박람회'가 전국서 처음 열렸다. 이날 박람회에는 부산을 연고지로 하는 롯데그룹을 비롯해 LG그룹·두산그룹·현대중공업그룹 등 대기업과 협력사 71개가 일제히 채용설명회를 열고 서류접수와 현장면접을 동시에 진행했다. 지역의 우량 중소기업 51곳도 참여해 청년 일자리 제공에 힘을 보탰다.
이 같은 분위기 탓인지 행사 시작 1~2시간 전부터 채용관 앞에는 말쑥한 정장을 차려입은 청년 200여명이 긴 줄을 섰다. 대부분 대학 졸업생이거나 졸업을 앞둔 4학년생이었다. 관광버스를 빌려서 단체로 온 고등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시간이 갈수록 행사장인 벡스코 2관 1층 로비는 더 붐볐다. 채용관에 미처 입장하지 못한 1,000여명은 긴 줄을 설 정도였다. 지역 대학 출신인 박종승(26)씨는 "이번 박람회 참가업체들의 정보를 언론을 통해 접한 뒤 미리 지원할 곳 두 곳을 알아보고 서류 등을 준비해서 왔다"며 "이번에는 느낌이 좋다"고 밝게 웃었다.
오전11시, 기업들이 현장채용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자 청년구직자들은 각자 선호하는 기업 부스로 바쁘게 움직였다. 지난해 말 호주 퀸즐랜드대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롯데호텔에 지원하기 위해 방문한 최인학(27)씨는 "평소 자기소개 등을 많이 준비해온 만큼 편하게 면접에 나서볼 생각"이라며 손을 불끈 쥐어 보였다.
롯데는 지난 3일부터 접수를 시작한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을 통해 신입 공채 950명, 동계 인턴 450명 등 1,400명을 채용하는 것을 시작으로 오는 2018년까지 2만4,000여명의 청년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다. 이날 박람회 현장면접을 통해서도 채용에 나설 방침이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오일뱅크는 현재 진행 중인 하반기 대졸사원 공채를 통해 300명 이상의 청년을 채용할 계획이다.
LG전자와 LG화학· LG디스플레이 등 6개 계열사가 참가한 LG그룹도 현장에서 서류접수와 채용상담을 실시했다. 과거 일자리 박람회가 대기업의 홍보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이날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는 평가다. 현장의 대기업 채용담당자들은 "대규모 취업박람회는 처음이지만 학생들의 눈빛이나 얼굴이 절실한 것 같다"며 "이번에 가능한 많은 청년을 뽑겠다는 게 회사의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고용선 고용노동부 차관, 서병수 부산시장,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 윤종민 롯데그룹 부사장, 정지택 두산중공업 부회장, 김진형 부산울산중소기업청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박람회에는 청년구직자 1만여명이 참가했다.
이번 박람회는 이날 부산을 시작으로 대구(23일), 서울(10월2일), 대전(10월14일), 광주(10월21일), 경기 판교(10월26일) 등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