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새 정부 성장확대 정책 '딜레마'

■ '10년 무역흑자' 막 내리나<br>수입증가율, 원자재價상승으로 수출의 2배<br>세계경기 둔화로 무역적자 고착화 우려속<br>물가도 크게 올라 성장률 제고 수단에 한계


5년 만에 처음으로 3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가 예고되면서 10년 만에 경상수지 적자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경기 하락 가능성이 커지면서 수출 증가세는 둔화한 반면 최근 유가ㆍ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입액은 급증하고 있다. 문제는 큰 폭의 수입 증가율이 내수회복보다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 기인한다는 점이다. 교역조건 악화와 물가상승으로 국민들의 실질소득이 줄면서 소비둔화가 우려되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차기 정부 정책 운영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성장확대정책이 물가상승과 무역수지 적자를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세계 경기 침체와 맞물릴 경우 경기부양의 효과는 살리지 못한 채 경상수지만 더 악화할 수도 있다. ◇무역 적자 추세 되돌리기 어렵다=수출 증가율은 지난해 11월 17.0%, 12월 14.8%, 지난 1월 17.0%, 2월 10.7%(20일 현재) 등 두자릿수를 이어가고 있다. 크게 나쁘지 않은 성적표다. 하지만 수입 증가율은 같은 기간 26.8%, 23.2%, 31.5%, 24.2% 등 수출 증가율의 2배에 달한다. 원자재ㆍ원유 가격이 떨어지지 않으면 무역적자가 고착화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두바이유 기준으로 국제 유가가 5달러만 올라도 무역수지가 추가로 55억달러나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재 가격의 고공행진이 이어질 경우 10년간 지켜온 무역흑자 기반이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파문으로 수출 호조세가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미국의 경기둔화는 대미 수출 감소는 물론 대미 교역 국가의 수출이 줄면서 중국 등 대한 우리나라의 부품 및 중간재 수출 감소를 동반하게 된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세계 경제 여건 악화로 당초 20억~40억달러로 예상했던 경상수지 적자 폭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당분간 경상수지가 흑자 기조로 돌아서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물가ㆍ성장률 등 경제 운용 난감=세계 경기가 둔화된 가운데 원자재 수입 가격이 급등하면 교역조건이 악화된다. 수입단가는 뛴 반면 수출단가는 바닥을 기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70.2로 전년 대비 4.1% 하락하며 통계 집계를 시작한 1988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기준 년도인 2000년에 100단위로 수출한 돈으로 100단위를 수입했다면 지난해에는 70단위밖에 수입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또 원자재 가격 상승은 물가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9%로 3년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같은 달 수입물가는 21.2% 뛰면서 9년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그만큼 국민들의 호주머니 사정도 악화될 수밖에 없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12월 중 소비 관련 지표는 10월 이후 2개월 연속 증가세가 둔화됐으며 소비자평가지수도 자산평가를 중심으로 악화하고 있다”며 “금융시장 불안 및 높은 물가상승세가 부분적으로 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현 상황을 돌파할 정책적 수단이 없다는 게 문제다. 정부는 “오는 3월 이후 원유ㆍ원자재 등의 수입이 점차 줄면서 4월부터 나아질 것”이라며 기대 섞인 전망만 반복하고 있다. 특히 새 정부가 ‘올해 6% 성장과 임기 중 일자리 300만개 창출’ 공약을 달성하기 위해 내수 회복 및 설비투자 증가 등을 유도할 경우 무역수지 악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한 민간경제연구소의 관계자는 “대외 악재의 강도가 갈수록 커지고 있어 차기 정부가 성장률, 물가, 무역수지(경상수지) 등 3대 경제 운용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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